2019년 1월 2일 수요일

역지사지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최근에 좀 유별나다 싶게 청와대와 관련된 폭로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청와대의 특별 감찰관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에서 민간인을 사찰했었다고 폭로한데 이어서, 기획재정부의 사무관으로 재직했던 신재민 전(前) 사무관이 청와대가 적자 국채발행을 원했다, KT&G와 서울신문사의 사장을 교체하려고 했다는 등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서 여당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등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아주 시끄럽고 당혹한 눈치이다.
야당으로써는 기세를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오히려 신중해 보이는 상황.

오히려 언론과 정치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들이 더 시끌시끌해 보이기도 한다.


사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들을 봤을 때는 뭔가 2%...아니 20%는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뭔가 대단한 비위를 알고 있다는 듯이 폭로를 했지만, 그 모든 비위가 결국은 불발로 끝났기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것도 아니어서 국민적인 의혹을 이끌어내기엔 좀 모자르고, 설령 확실한 증거를 내 놓는다 한들, 청와대나 정부가 반박할 논리는 충분해 보였다. "결국 청와대나 정부 내부적으로 상호 견제와 보완이 잘 작동한다는 반증아니냐...."는 식으로.

따라서, 한동안의 신재민이라는 사람이 왜 힘들게 고시공부 해서 들어간 기재부의 사무관을 박차고 나와서까지 저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과연 진짜 의도는 뭘까?


아마도 진짜 그의 목적이나 의도는 그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의심하는 나를 보고 있자니 묘한 데자뷰가 느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까지 가는 과정,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 그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과 반대했던 사람들이 펼쳤던 자기 논리와 심리 상태.

아마도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졌고, 수많은 카더라가 범람했다. 탄핵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그 모든 의혹과 소문을 진실처럼 생각했고, 나중에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서 가짜 뉴스와 소문들은 다 잊어버린 듯 행동했다. 그리고 사실로 밝혀진 것만으로도 탄핵감이라 주장했다.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들은 헛소문으로 드러난 것들에 분개하면서 이렇게 악랄하게 몰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고 분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초 고발자의 역할을 한 고영태의 의도가 무엇인지,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진짜인지를 밝히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은 외면하거나 부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두가지 사건을 같다고 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떤 명백한 행위의 결과가 있었는가 아닌가, 불법한 시도가 있었는가 아닌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위해를 끼쳤는가 아닌가, 법률과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있는가 아닌가 등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아직까지는...)

하지만, 두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갈라선 양측의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와 심리 상태는 매우 흡사해 보인다는 것이다.

방어하고 변론하고 옹호하는 측, 공격하고 의심하고 피해를 주려는 측.


어쩌면 신재민 전 사무관의 진짜 의도는 이것이었을까?
- 내가 폭로한 것이 별것 아니라는 사실은 나도 안다.
- 그런데 그렇게 따지만, 사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던 최초의 폭로들도 별것 아니지 않았던가
- 우리는 진실의 가치/무게를 평가하기보다는 그냥 미워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짧은 시간에 크다면 큰 변화가 이어서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족한 지혜로는 긴 시간에 걸친 경험을 망각하기 쉽지만, 최근의 경험은 짧은 시간동안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서 상대방의 사정을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P.S.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한 후에 좀 더 우울해졌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객관적인 사실과 의심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군가를 특별한 이유없이 미워하는 공격적인 성향이 보편적인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내가 더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