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9일 토요일

고혈압과 두통, 낮잠과 베개의 높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사례일 뿐이니 일반화하지 말 것!>

개인적으론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지병이 있는데, 두통과 복통이 그것이었다.
그 가운데 두통은 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었는데, 머리가 아프면 어떤 방법으로도 완화가 되질 않고 그저 끙끙 잃아야만 했다.

그나마 운에 좋게 걸린 우연이겠지만, 타이레놀이라는 진통제가 효과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한동안은 '나에게 잘 맞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두통이 있을 때 마다 복용했었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것도 아니구나 싶어 포기를 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난 이것이 외가쪽의 가족력인 고혈압에 의한 증상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고혈압약의 복용이 싫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고 싶었다.

아마도 스트레스의 완화, 커피의 음용으로 카페인에 의한 혈관의 확장이 조금은 도움이 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뜬금 없이 가끔은 두통이 찾아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는데, 명백한 인과관계가 보이는 것이 바로 "낮잠"이었다.
특히나 휴일에 주일동안의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낮잠을 열심히 자고나면 어김없이 깨질 듯한 두통이 나를 괴롭히는데, 종종 나는 스스로를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까지 한탄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게 꼭 낮잠이 아니어도 비슷한 두통이 반복되는 걸 경험했는데, 그건 항히스타민제의 복용이었다.
알러지로 인해 여기저기 가려움증이 나타나곤해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곤 하는데, 이 항히스타민제의 주된 부작용이 "졸림"이다.
그러니까 이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졸려서 때 아닌 잠을 자고 일어나면 꽤 자주 두통이 이어졌다.

난 최근까지 이 두통 또한 약의 부작용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약의 부작용으로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간대에 잠을 자고 일어나니 또 두통이 밀려왔다.
관자놀이부터 귀뒤쪽 목으로까지 이어지는 통증.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렸다.
전날 카페인의 섭취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서. 커피를 한모금 마시자마자 두통이 약간은 완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은 안심을 했다.

잠시 후, 주문을 했던 김치가 배달되었다.
얼른 김치통에 옮겨 담고 냉장고에 들여놔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신문지 깔고, 김치통 몇개 꺼내서 열어두고, 배달된 김치를 꺼내어 옮겨 담는데.... 갑자기 두통이 심해졌다.
다행히 그 느낌이 생생했는데, 김치를 옮기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고개는 아래쪽의 김치통을 향하자, 머리쪽으로 피가 쏠리면서 지끈지끈...

그제서야 뭔가 이해되는 내 고혈압의 원인과 두통의 원인, 그리고 그것이 낮잠(때아닌 잠)과 가지는 인과관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추측컨데 내 피는 꽤 찐득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내 고혈압의 원인으로 보인다.
아마도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그래서 유속이 많이 느려지는 머리쪽에서는 그런 피의 성분과 느린 속도가 혈관에 침천물을 만들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혈관이 좁아져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찐득한 피를 펌프질해서 순환 시키려면 압력이 꽤 높아야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머리쪽의 혈관에 불리한 요인 중 하나는 중력이다.
가뜩이나 찐득한 피인데다, 중력을 거슬러 심장에서 머리쪽으로 피를 올려야 하니, 심장이 꽤 무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학창시절에 어른들이 곧잘 인용하던 4당5락이니하는 말을 매우 싫어했다.
난 잠을 자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공부도 잘 안되고 시험도 성적이 안나온다고 생각했다.
물론 학창시절에 이런 얘기를 하면 그냥 공부하기 싫은 아이의 핑계로만 들었던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잠을 잔다는 건, 심장의 부담을 덜면서 두뇌에 피를 공급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메커니즘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너무 오랜 시간 잠을 자면 머리쪽에 몰린 피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아마도....)
따라서 잠을 자서 머리쪽으로 일정한 정도의 피를 보내고, 다시 깨어나서 활동하면서 서서히 피를 아래쪽으로 보내고, 머리의 피가 부족해지면 다시 잠을 자고...
마치 모래시계를 세워 두었다가, 모래가 다 내려가면 다시 거꾸로 뒤집어 세우듯이, 잠자기와 깨어나기를 일정한 시간으로 반복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제가 되었던 낮잠 혹은 때아닌 잠은 바로 이런 주기를 어기기 때문에 머리쪽에 지나치게 많은 피가 몰려서 두통을 유발했던 듯 하다.

그러면, 과연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실 잠은, 두뇌로 피를 보내는 것 외에도 너무도 많은 효과가 있다.
신체의 내외부적인 손상이나 염증등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것은 많은 예의 하나다.
그러니 단지 두뇌에 이미 피가 많이 가 있어도 잠을 자려면...두통 없이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베개를 높게 베거나 상체를 완전히 눞히지 않은 상태로의 잠자기가 그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높은 베개나 상체를 조금이라도 세우는 자세는 어깨나 목의 통증, 뒤척임의 방해로 이어지긴 할테지만 말이다.

뭐 궁극적으로는 피의 끈적함을 조금이나마 묽게 해 주는 것이 좋겠지만...


P.S. 이 일- 약의 부작용으로 졸림, 때 아닌 잠, 두통, 커피, 김치통 옮겨 담기 -이 바로 오늘 일어난 일이며, 이 글을 쓰는 현재 시각은 기상한지 10시간이 지난 시간이며, 단지 일어나 있었다는 것 만으로 두통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커피도 마셨지만...)

P.S. 이 논리대로라면, 졸리진 않지만 머리가 멍해지거나 두뇌회전이 잘 안된다 싶을 때는 거꾸로 매달리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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