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일 토요일

말의 겉과 속, 허와 실, 의미와 소리

나이가 들면서 확연히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말"이 가지는 가벼움, 비현실성, 덧없음, 비어있음, 공허험,... 따위이다.

물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마찬가지로 말로 이루어져 있으니,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질 수도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말" 자체가 진실, 노력, 힘, 에너지와 시간 등의 가치들을 표현 할 때에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런 가치들이 없는 말은 그저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에 대한 여러 사례들은 바로 위의 첫번째 문단과 두번째 문단이 가지는 관계들과 유사하다.
즉, 어떤 한가지 단언, 단정, 선언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많은 모순에 시달리게 될 테지만, 그걸 이렇게 저렇게 뒤집어서도 보고 받침이 되는 배경의 사상이나 지식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면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인터넷에 가끔씩 돌아다니는 글이 있는데, 한마디로 하면 "공부는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재능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흔하게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의 논리는, 재능, 선천적, 타고난 것, 유전자 따위로 결정되는거라면 노력은 왜 하겠는가, 그냥 재능만 발굴하면 되는거냐, 혹은 이것과 반대로 유전적인 소인이 없어 보이는 사람의 노력에 의한 성공 사례 등...

과연 이 논리 (공부는 재능이다)는 맞을까 틀릴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생각도 맞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주장도 맞아 보인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믿고 싶은 편의 주장을 끌어다가 좋은 증거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저런 연구 결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적용되는 상황은 제한적이다.
-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한 상황.
- 그 목표가 간절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황.
- 부수적인 환경이 동일한 상황. (공부의 환경, 주변의 도움 혹은 방해 등)

아마도 위의 3가지가 동일한 사람들이라면, 결국 승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위 논리의 다른 면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어도 공부할 마음이 없거나,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공부에서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는 것.



최근에 내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커피이다.
그리고 그 커피에는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바리스타는 로스터를, 로스터는 커퍼를 이길 수 없다."
이 말의 뜻은,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로스터가 볶은 커피에 좌우될 수 밖에 없으며, 로스터가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좋은 커피를 선택하는 커퍼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들으면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힘이 빠질 수 밖에.
또한 커퍼도 사실상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주에게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셈.

하지만, 이 말도 완전히 옳지는 않음을 경험하게 된다.
제 아무리 기가 막힌 커피라 하더라도, 엉터리 커퍼가 그릇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좋은 점수의 커피라고 해도, 서투른 로스터는 커피를 다 태우거나 덜 익혀 망칠 수 있다.
로스팅까지 완벽하게 된 커피라 해도, 초보 바리스타의 실수로 마실 수 없는 커피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 완벽한 커피는 농장주, 커퍼, 로스터, 바리스타까지 모두 완벽해야만 하고, 누구 하나만 실수해도 폐급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랐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들의 한계 안에서는, 좋은 커피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치, 동일한 노력과 동일한 동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선천적 재능이 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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