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수요일

층간 소음

층간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점점 내 생활을 비집고 들어온다.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층간 소음을 겪고 얼마간은 그냥 참았다.

주위의 경우를 듣고 보니, 대다수가 끝이 좋지 않아서 내가 떠나든가 저쪽이 떠나든가 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많아보였기 때문이다.


우연하게도 적절한 기회가 찾아왔다.

위층에서 물이 새서 내 집의 욕실 천장이 젖어버린 것.

수리를 하느라 몇번 얘기를 하게 되었고, 수리가 끝날 무렵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다.

간혹 이러 저러한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상대방은 그럴리가 없을텐데 하면서 그래도 조심하겠다고 했다.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가 더 커진 듯한 느낌? 복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참고 참던 어느 토요일 오후, 소리가 계속 나길래, 결국은 윗층에 올라가서 자꾸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들어오란다. 거절했지만 들어 오란다.

그리고 혼자 살고 있고, 거실에 의자에도 소리 안나게 천으로 덧대어 놨다며, 무슨 소리가 나느냐고 하는 것이다.

둔탁하지만 묵직하게 부딪히는 듯한 소리고 그래서 울리는 소리라 설명하고 보니, 베란다에 벽돌로 괴어 놓은 화분들이 보인다. 마침 거길 청소하고 계셨었는지 청소도구와 물기가 보였다. 그래서 저런 것들이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라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해명은 못하더니 결국은 이 정도로 걸을 수는 있지 않냐면서 보통의 발걸음으로 걷는 시늉을 해 보인다.

그 때 느꼈다. 아니 그 때에는 더 이상 얘기를 해 봐야 안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려오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다시는 소음 때문에 윗층의 초인종을 누르지 않겠다고.

애초에 올라갈 때에는 내가 피해자였지만, 얘기를 하는 중에 오히려 윗층이 피해자가 되는 묘한 상황에 되었다.


소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고, 그 부분을 주의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첫번째 소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 조차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래층에서 들은 소리는 이러 저러하게 들렸지만, 윗층에서 낸 어떤 소리가 그렇게 들렸는지는 밝혀 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쿵쿵하는 발걸음 소리나 의자나 탁자등을 끄는 소리는 비교적 구체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소리조차 제대로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듣는 사람이 느끼는 크기와 낸 사람이 생각하는 크기의 괴리가 너무나도 커서 설마 이런 정도의 소리로....하는 괴리감에 있다.

하물며 어떻게 나는 소리인지 모르는 경우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거기에 더해서, 고의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낸 소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습관적인 행동, 무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로써 나는 소음이기에, 바로 옆에서 즉시 지적을 하지 않는 한은 특별히 기억날 행동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소음이 들리고 난 후에 윗층을 올라가서 소음이 났음을 알려도 윗층에서는 황당한 일이 되버리곤 하는 것이다.


설령 소리를 낸 사람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인지했을 때에도, 쉽사리 인정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내가 윗층에 올라갔을 때에도, 처음에는 집안을 공개하며 당당하게 말하던 사람이, 베란다의 벽돌과 화문을 가르키며 지목을 하자, 이런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하는 식으로 매우 방어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의 소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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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층간 소음을 겪으면서 상당히 의문으로 남는 것이 있다.
나는 얼마나 조용한 윗층 사람이었을까?
사실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겪고나서야 모든 것에 조심하게 되었다.
발끝으로 걷거나 미끄러지듯 걷기, 문 살짝 닫기, 의자는 들어서 옮기기, 침대에 누울 때 살살 눕기, 청소기 돌릴 때 벽에 쿵쿵 부딪히지 않기, 싱크대 수돗물도 콸콸 틀지 않기, 밤이나 새벽엔 더욱 조심 조심....

층간 소음으로 괴로워 하고 나서 바뀐 첫번째 변화는 위와 같은 행동의 변화였고,
두번째는 아랫층에 방문해서 혹시 시끄럽지 않은지 물어보고 싶어졌다는 것,
(실제로 물어보진 못했다...)
마지막 세번째 변화는 다음 단락의 얘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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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리를 잘 들어 보니 꽤 다양한 소리들이 들렸다.

쿵쿵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 깜짝 놀랄 정도로 꽝하는 소리, 골프공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

그리고 들리는 소리의 위치도 조금씩은 다른 듯 했다.

윗층 사람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2~3시에 퇴근하는 독신 할머니, 옆집은 오전에 느즈막히 출근하고 밤이나 새벽에 귀가하는 남성인데 낮에는 어머니쯤 되어 보이는 분이 와서 집안일을 해 주는 듯하고, 대각선 윗층은 부부와 중학생 정도의 두 자녀가 있는 가정.

발소리나 의자 끄는 소리는 대각선 윗집인 듯 하고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는 옆집이나 윗집인 듯 하고...이제는 소리의 원인이 어느 집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었고, 소리가 나도 어디에 가서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한 때는 그렇게 원인 모를 소리가 나면 나도 소리를 냈다.
TV의 볼륨을 한껏 키우거나,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미닫지 문을 쾅 닫거나 해서..

소리의 원인이 어딘지 모르니 나의 소리를 듣고서 조금 반성했으면 했다.
나처럼 소음으로 고통을 겪어보면 그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될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소음을 내는 사람에게 그 소음을 직접 듣게 해 주는 것.
그래서 스스로 깨닫고 조심하게 하는 것.

그런데 혹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최근에 소음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누이로부터 하나의 사례를 듣고나서는...

누이가 아는 어떤 분은 나이가 드신 할머니인데, 귀가 어두우신데다가 하루 종일 TV를 켜놓고 사신다고 한다. 그런데 귀가 어두우셔서 TV의 볼륨을 최고로 키워놓아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난다는 것. 게다가 어디 한동안 집을 비울 경우가 아니면 TV를 끄지도 않아서 큰 소리가 계속 난다는 것이다.

그분의 윗층에 사는 가족이 또한 엄청난 소음 유발자인데, 이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서 그 소음을 듣지를 못하시고, 윗집도 자신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고 있어서 별 말이 없이 지낸다고 한다. 단지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견디는지 신기하다고....


몇달 전부터 윗층에서 켜 놓은 TV 소리가 벽을타고 울리기 시작했다.
이건 좌우벽이 아니라 안방과 거실 사이의 벽을 타고 진동이 전해지는 것이라 틀림없이 윗층의 소리였다.

그리고 누이가 들려 준 사례가 떠 올랐다.

어쩌면 윗층의 할머니도 나이가 들어서 귀가 어두워지신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내가 소음을 내서 스스로 깨닫게 하려던 노력은 아무 소용도 없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방법을 생각했다.

이것이 세번째 변화였다.


이 생각들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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