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 이후로 종종 개그 소재로 사용되는 같은 말의 다른 뜻에 대한 유머들이 넘쳐나기도 한다.
암튼 참 많이 다른 것 같은 남자와 여자니까...
젊은 시절에 우연히 접한 <곰스크로 가는 기차>(Die reise nach Gomsk)라는 짤막한 독일 소설의 번역본을 인터넷에서 접한 적이 있다.
어떤 개인이 번역해서 인터넷에 올렸던 것인데, 나중에는 TV에서 극화하기도 했다.
젊은 신혼 부부가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싫고 여행을 한다.
남자의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곳 곰스크.
얼마 안되는 재산을 모두 털어서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남자가 좋아서 결혼을 한 여자.
남자의 소원이라기에 주저 없이 함께 떠나기는 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라니 불안하고 거리낌이 생긴다.
긴 여행 중에 잠시 기차는 멈추어 서고, 휴식을 취한다.
아내는 답답한 기차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어한다.
부부는 기차를 내려 작은 까페에서 차를 마신다.
이 작은 마을이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아내, 언제나 기차가 출발할까 조바심이 난 남편....
결국 운명의 장난처럼 기차를 놓치고 마을에 머물게 된 부부는 그곳에서 잠시만 잠시만 하다 결국 눌러 살게 된다.
세월이 훌쩍 지나 노인이 된 부부, 이 생활에 만족하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아직도 자신의 서재에서 가끔식 기차표 하나를 꺼내보며 한숨을 짓는다.
가지 못한 곳,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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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나가 공감할 만한 마음속의 깊은 열망에 대해 비유적으로 묘사한 책이라,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며 <곰스크 = 이상향> 정도의 대입을 하곤 한다.
꿈과 좌절,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꿈...
얼핏 이 소설을 보면서 여자는 인생의 동반자 이지만 동시에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존재로 묘사된다.
주인공이 남자이기에 그렇기도 했지만, 여자는 걸림돌이나 장애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또한 비유이기에 이것이 여자의 속성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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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금 이 소설을 또 올려 보면, 남자와 여자의 속성이 그럴듯하게 녹아들어 있으며, 그것이 상대적으로 다른 속성을 보여 줄 뿐이지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남자는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꿈을 쫓아 곰스크로 가려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곰스크가 작은 마을보다 더 좋으리라는 보장은 있겠는가? 결국 남자는 곰스크라는 각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목적지를 향해 무조건 달려가는 것 아닌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선택한 여자의 선택이 오히려 더 안전하고 좋은 선택이었으며, 현실적인 불편함이 없이 살 수 있게 된 이상, 그 마을을 곰스크로 생각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던 것 아닐까?
쓸데 없는 고집과 아집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버리고 감각적인 판단을 따르는 남성적인 속성들, 큰 미래의 행복 보다는 작은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는 여자의 속성.
이러한 모습은 어느 정도 남녀의 속성과 부합하는 면이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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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자의 속성은 목표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때문에 회사라는 조직, 군대라는 조직, 스프츠 경기 등은 모두 크고 작은 목표가 있고,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쏟는 것이 원칙처럼 내재되어 있다.
종종 이러한 목표 지향적인 분위기는, 수단이 부적절하다 해도 인정될 수 있으며, 목표가 최고의 선(善)이기 때문에, 이보다 낮다고 평가되는 개인의 사생활, 개인의 행복, 개인의 개성과 같은 것들이 무시되어도 된다고 판단하게 된다.
반대로 여자는 목표에 대한 달성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개인의 행복이나 사생활이 침해되면 이것을 현실적(이성적)으로 고려해보게 된다. 조직에서 퇴출이 되더라도 자신의 행복을 지키는 게 좋을지, 이 정도의 행복은 양보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게 나은지....
남자들이 대의, 명분, 의리에 대해 떠들지만, 여자들에겐 자신의 행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러한 단어들은 그냥 스레기에 불과하다.
한편, 남자들이 비록 의리, 대의 같은 것에 목숨을 걸고 모든 걸 바쳐서 희생을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가 모두에 공평하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결국 대다수는 빠르거나 늦거나 팽(烹)을 당하게 되며 이는 자신이 부르짖던 의리와는 전혀 다른 배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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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 금성녀에서 이러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나온 것으로 기억되지는 않지만, 남자의 목표 지향적인 속성과 여자의 상태 지향적인 속성은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나온 남편과 아내의 모습도 이런 속성을 보여준다.
현재의 사회적인 현상들에서도 이런 속성때문에 남녀의 차이가 자주 도마에 오르곤 한다.
(여자들이 조직에서 자기 희생하는 모습이 적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의 불만....)
또한 노년의 남녀 가운데 남자들이 더욱 방황을 하거나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어떤 목표를 세울 수 없기에 그런 것이 아닌 듯 하다.
특정한 목표가 없이 일상적인 날들을 지내다 보면, 자신의 목표가 죽음 뿐이라는 사실때문에 견디기 힘들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여자들은 일상적인 생활들에 익숙하며, 그것이 행복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죽는 날까지 행복하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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