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선한 사람은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가?

연말이 되니 TV 방송들은 필수 주제처럼 지난 한해를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일어난 큰 일들, 사건들, 인물들...

2014년에 대한민국에서 화제의 인물로 꼽히는 사람 중의 한명은 프란체스코 교황이었다.
교황의 방한에 기인한 것이었겠지만, 프란체스코 교황은 어린이와 고통받는 이들에게 유난히 연민을 가지고 있는 듯 하여 많은 이들에게 마음속의 위안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황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이며, 전 인류적인 선(善)을 세계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듯 보인다.

과연 교황의 이러한 행동은 전 인류의 선함을 이끌어내어 세상을 조금은 더 선하게 만들것인가?
전 인류의 선함이라니, 너무 광범위해서 판단이 어려운가?

연말이 되면 여기 저기서 선행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익명으로 심지어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몰래 기부를 하는 얘기들이 들려오고, 심지어는 이런 숨은 선행이 몇년을 이어져 온다고 까지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그 만큼 선해졌는가?
이것도 너무 넓어서 알기가 쉽지 않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 친척, 동료 등등의 소그룹 가운데 자신을 희생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소그룹이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되겠다.
물론 변화를 줄 만큼의 선한 사람이 있는지와 꾸준하게 그 소그룹의 행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게도 우린 아주 긴 시간 동안 영향력을 끼쳐온 선인(善人)도 알고 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좋은 예가 되어 주실 듯 하다.
사랑과 자비를 베풀기를 역서하셨다는 사실은 아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니...

과연 인간의 세상은 2000년이 넘게 영향을 끼친 선인으로 말미암아 선해졌는가?

과거는 불확실한 기억력때문에, 혹은 인간의 바램 때문에 미화되곤 한다고 하는데,
현재의 인간 세상이 과거보다 선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척박한 환경과 본능에 호소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극한의 상황이 많이 줄어들은 것은 사실이나, 그래서 드러나지 않은 인간의 악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현재에도 언뜻 언뜻 보이는 인간들의 악함이 사실은 빙산의 일각처럼 훨씬 많은 악함들의 우연한 돌출이라고 생각하다면...
과연 인간의 본성마저 변했겠느냐에 대한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게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니, 개개인의 성향이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지리라.)

어쩌면 그나마 인류 가운데 나타나는 선인들이, 인간의 세상이 악해지는 속도를 이 정도로 유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제목과 같은 의문의 시작은 작용-반작용과도 같은 인간 무리들의 자율적인 균형 맞추기 속성에서 비롯되었다.
인간 무리들이 어떤 지점에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무언가를 중심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의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진보와 보수의 분열, 누군가 더 극단으로 치우치면 자연스레 반대편도 극단으로 치우치곤 한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될 수록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강해질 수록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이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천재지변으로 처참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걸 치료하고자하는 동정과 도움의 손길은 더 많아진다. 전쟁이 치열해 질수록 반전의 요구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 강해진다.

악은 선을 낳고, 선은 악을 낳는 것은 아닐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한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종종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동정심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주 극적으로 불행에서 벗어나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면 어떨까?
분명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정심에서 질투심으로 바뀌곤 한다.
질투심은 너무하고 그냥 불행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안심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 경우가 더 많겠지...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누군가 좋은 부모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머리도 좋고 환경도 좋아 탄탄대로의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겸손은 몰라 오만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를 질투하고 폄하한다.
어느 순간 뜻하지 않는 불행이 그를 덮쳐 일순간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 동안 그가 알지 못했던 빈곤과 멸시를 겪게 되었다.
한없이 처진 어깨에 남루한 차림을 하고 속죄의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 다시 동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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