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에 나온 화제가 직업에 관한 것이었다.
인생의 1차전을 일찌감치 마감하고 2차전에 차마 돌입하지 못한 상태로 장기 백수상태에 빠져 있는 나의 입장에선 반드시 숙고해 봐야할 주제이기도 하다.
화제가 돌아가게된 계기가 개그맨 박명수의 "젊어서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한다"는 어록(?)에서 시작이 되었다.
친구는 그 말에 대해 꽤나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유인 즉, 직업의 귀천을 너무나도 쉽게 평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덧 붙이기를, 흔히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 가운데, 지하철이나 아파트의 공사장 인부를 보면서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하는 말들이 얼마나 잘못된 교육인지를 성토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오래된 나의 고정관념으로는 선뜻 수용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고 난 후에, 스스로 고민해 보지 않는 이상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어째서 우리는 육체로 하는 노동, 지저분한 환경에서의 작업, 위험한 환경에서의 일을 천한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책상앞에서 컴퓨터나 서류로 하는 일,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일을 귀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귀천(貴賤)이라는 기준이 거슬린다면,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으로 나누는 것은 어떤가?
직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듯 하다.
내 부모 세대에는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였다 들었다. 은행원 교사가 그랬다고들 한다.
우리 세대에서는 고소득자가 최고였던 듯 싶다. 의사 변호사가 그랬다. (수입은 어느 시대에나 어느 정도의 결정요소가 되곤 하지만, 앞선 세대가 겪었던 경제적 불안 요소가 줄어든 후에는 차별화가 소득으로 이어진 듯 하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모두 좋은 직업이 선호 되었던 듯 하다.
그리고 21세기의 시작을 전후하는 세대들은 다시 안전성으로 회귀하게 되었다.
그래서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지만, 반드시 앞선 세대와 같지는 않아 보인다.
대중화 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직업의 선택에 대한 폭이 넓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직업에 대한 귀천의 차별은 조금은 흐려지지 않나 싶다.
대화의 중간에 내가 제시한 반대 의견은, 직업의 귀천이 문제가 아니라, 직업을 내가 선택하느냐 혹은 선택되어지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조건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지는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직업이 없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 가운데에서 골라야 하는가가 되는 것이다.
(골라야 한다니 배부른 소리이겠지만 싫어하는 것들 가운데 고르라니....)
당연히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달라질 것이다.
더욱이 한번 갖게 된 직업들은 몇년 혹은 그보다 오래도록 나의 생활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만족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해도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100% 보장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의 출발 선은 다르지 않겠는가?
직업의 귀천에 대한 아무런 숙고 없는 고정관념은 반드시 벗어나야 할 주제이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후에야 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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