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마지막으로 만났으니까, 전 직장의 입사 동기들과의 만남이...
모든 대인관계를 끊는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저 좀 꺼려지면 가급적 연락을 받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또, 그 중의 한 녀석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상의 할 일이 있으니 시간되면 연락 줘'
문득 갈등이 생겼다.
무슨 일이 있길래 나와 상의를 하려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와 상의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일에 척척인 녀석이다.
그저 나로 하여금 연락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짐작될 뿐.
며칠전에 다른 한녀석이 메일을 보내왔다.
오랫동안 모임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녀석인데, 우리 모두에게 안부 겸 메일을 보냈다.
옛날 메일 주소라 몇명이나 받았을지 궁금키도 하지만,
더 깨름칙한 건, 그 녀석이 보낸 메일은 무려 6년전에 내가 보낸 메일에 답장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6년 전의 메일엔, 잔뜩 지치고 절망적인 상태였던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랬었지.
그 당시에 너무 암울하고 분하고 답답했지.
그리고 그 얼마 후에 퇴직을 한 일도 함께 기억이 났다.
어쩌면 오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친구는 이 메일의 내용을 보고,
뭔가 궁금증이 생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아무튼, 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은 아닐거라 자위를 해 본다.
그리고 잠시, 변명이라도 그럴 듯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
난 너희들을 보면, 내가 보인다.
그리고 난 나를 바라보는게 무섭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자 겁이 났다.
내가 제일 겁냈던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이 아닐까?
꿈과 희망이 사라진 나,
힘을 잃어버린 나,
모든 치장과 거짓을 벗겨낸 후에 남겨진, 벌거벗은 나를 겁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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