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자신의 불이익을 무릎쓰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고등학교 동창 하나가 최근에 털어 놓은 고민은 자신의 동생에 관한 것이었다.
터울이 꽤 나는 자신의 남동생이, 성격부터 하는 일 모두가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었다.
성격은 독불 장군에 유아독존이고, 겉멋만 들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하는 일마다 끈기가 없어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하고, 늙으신 부모님께 손을 벌리면서도 감사할 줄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동생을 직접 본 것은 학창 시절 때 잠깐이었으니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단지 동창녀석이 사고방식이 고리타분하고 유연하지 못해서 자신의 뇌리에 박혀 있는 생각 이외에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때문에 그의 말이 미덥지 못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터에 어느날 이 친구가 부모님께 손을 벌려 부동산 시세가 꽤나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동생이 부모님의 재산을 탕진할 것 같아, 부모님의 재산을 회피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는 말은 하나, 시시콜콜한 얘기를 떼어놓고 보니, 흔한 형제간의 재산 싸움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이 친구에게는 그것이 자기합리화의 결과였을 것이다.
내게도 연년생의 누이동생이 하나 있다.
나는 독자였고 내 동생은 딸부잣집의 막내딸이었다.
나야 성별부터 다르고 입는 것도 다르니 내가 독자의 대접을 받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안받았을리 없는 일이다. 적어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보였으리라.
동생은 한살 터울이니 나와 거의 비슷한 시기였기에 내게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는 게 당연했었고 이로 인해 나와 동생은 어렸을 때 엄청 싸우곤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동생의 성격에 꽤나 영향을 주었는지, 장년이 된 지금도 과거의 앙금을 떠올리며 날 괴롭히기 일쑤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누이들도 막내의 성격엔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았기에, 내가 편파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한 것만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최근에도 조금 사이가 좋아질만 하면, 우연치않게 사건이 발생하고 서로 화를 내거나 맘을 상하곤 다시 멀어지는 일이 몇번 있었다.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에게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인 적이 있는데,
이야기 할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에선 과거에 누이동생이 벌인 얼토당토 않은 사건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나는 잘못이 없고 동생은 어처구니 없는 사람으로 보일 그런 일들을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자, 앞에서 말한 동창의 동생과 나의 동생이 머릿속에 교차하였다.
나 혼자서는 얼마나 그 동창을 비웃었던가?
자기 합리화의 극치를 보여 준 어리석은 녀석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동생을 보면 나 또한 다른지 않았던 것이다.
나 또한 객관적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자 나와 내 누이동생의 관계를,
그 사이에 있었던 언짢았던 일들을 다시 반성해 보려 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너무 힘이 들었다.
아니 불가능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나에게 돌아올 비난과 책임을 그대로 받아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자기 보호 본능이 이런 생각을 허용할 것인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