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좌파라는 호칭은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따지고보면 좌파와 우파는 양팔 저울의 한쪽씩을 담당하는, 균형의 일원임에도 말이다.)
나에게 '당신은 좌파에 속합니까 우파에 속합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좌파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음에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공교육을 받으며,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얻은 나의 관념으로도, 좌파는 부정적인 단어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정확한 정의나 세세한 구분, 분류 따위는 알지 못하지만, 편의상 좌파 대신 진보라는 단어를 쓰도록 하겠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 시작된 진보 진영의 대통력과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그 동안 내가 가졌던 희망, 기대가 많이 무너지고 퇴색되었다.
많은 서민들과 노동자들, 약자와 빈곤층, 사회의 맨 바닥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 최소한의 생계마저 위협을 받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나도 어설프게 그런 부류에 속할지는 모르겠으나, 엄격하게는 아니라 생각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정말 개선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 그래서 나는 모르겠다.
단지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보면, 진보 대통령들은 많이 부족하고, 미숙하고, 어설프며, 불편했다.
부동산 정책
대북 정책
대미/대일 외교 정책
청년 일자리 및 경제 정책
아마 위의 분야들에 대해서 각각을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제대로 성과를 낸 것이 없으며, 지금까지는 그렇다 해도 앞으로 희망적인 부분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반박할 자료들을 얼마든지 내 보이겠지만 말이다.)
일부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며, 단시간에 성과를 보기 어려워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그만 변수에도 삐걱대고 허둥대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과연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인지, 플랜B는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많은 논란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한 리더쉽으로 정책을 끝까지 수행해서 이뤄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끊임 없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너무나 빈약하고 너무 근시안적이라 정부의 정책, 아니 그 이전에 정부의 의지마저 의심스럽다.
또한 진보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유난히도 정치적 분쟁과 논란이 너무나 많고 소란스럽다.
어쩌면 진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는 의미로, 기존의 것을 허물거나 고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하니, 당연히 기성 세력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 소란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위의 문단에서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당근과 채찍을 과감하게 사용해야만 이룰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는 현 상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즌2를 보는 듯 기시감이 많이 든다.
앞서 언급한 정치적 분쟁과 논란, 부동산의 폭등과 규제, 대미 대일 외교의 마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그것이 처음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똑같은 문제점들이 반복되는 현 시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그 모든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을 인물이었을 텐데...
너무도 무력하게 무너져가는, 아무 손도 못쓰고 있는 진보 진영의 무력감을 나 또한 너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라면, 대통령을 욕하고 비난하면 끝이었다.
그러면 설령 그게 그들의 책임이나 잘못이 아닐 지언정, 나의 스트레스는 많이 경감되었다.
그걸로도 위로가 되지 않으면 당시의 정부 여당을 욕하고, 보수 언론을 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걸로 안되었다.
그렇게 욕하고 비난한다고 내 스트레스가 줄어들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고 쓰리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적어도 진보 대통령들이 내세운 공약들은 정의롭고 바르며,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함이 없이 평등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
진보/좌파는 슬로건이고 구호이며 문장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강력한 메시지를 최대한 짧고 간결한 문장에 담는 데 애썼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에 매혹되었다.
사실 그 문장들, 그 자체는 매우 정의롭고 또한 아릅답다.
그 안에 파라다이스가 있고 천국이 있고 지상낙원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매료되어 사람들이 모여 든다.
모여든 사람들의 힘으로 권력을 잡고 막상 자신들의 낙원을 만들려고 할 때,
여기 저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지금 있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갈아 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
일부는 남기고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
낙원을 건설하는 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
낙원을 건걸하는 데 모두가 동참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
천국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주장,
천국은 저러저러해야 한다는 주장,
하나의 슬로건이었지만 꿈꾸는 파라다이스는 제 각각이었거나,
혹은 대충은 같았어도 세분에서는 달랐다.
대략적인 계획은 있었으나 실제 현실에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왔다.
보수와 우파는 기득권이며, 기존의 체계이다.
이미 그들의 속성으로 만들어져 있는 사회와 시스템에서는 그들의 계획이 잘 맞아 돌아간다.
하지만 진보와 좌파는 소수파이며, 그들은 기존의 시스템과 잘 맞지 않는, 기존의 체계에서는 비표준품인 것이다.
그들의 작업은 맨 바닥부터 시작해야 할 경우도 있으며, 더디고,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꼼꼼한 계획과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건 진보의 문제나 좌파의 문제가 이니었던 것이다.
기득권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새로운 세력들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수파이면서 개혁을 꿈꾼다면, 인재의 풀이 넉넉하지도 못할 터.
필수적으로 이런 개혁 세력의 리더는 월등한 안목과 재능을 가져야하며,
권력을 쥐었을 때, 개혁을 이끌어낼 인재를 다수파로부터 영입하는 능력(카리스마와 유연함)까지 갖추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리더는 역사에 나올 지도자 정도일 테고...
아쉽지만, 이제는 진보와 좌파에 대한 지지를 끝내야 할 듯 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름다운 구호와 슬로건에 속지 않을 것이다.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개혁은 매우 일부에 국한된 개혁일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욕시을 낸다 해도, 일부에 국한된 개혁이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그런 개혁인 경우, 혹은 당장은 효과가 없으나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개혁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제 더 이상은 허황된 미사여구와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 계산기와 삼각자로 측정해 보고나서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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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만간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벌써 여당과 야당의 선거전쟁은 시작되었다.
프레임 씌우기, 흠집내기, 세 부풀리기, 이합집산, 합종연횡....
내가 아무리 계산하고 측정하고 저울질을 꼼꼼이 한다해도, 내 선택은 결국 지역구의 후보 중 하나를 찍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보들은 모두 미명이고 흐리멍텅하고 유야무야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할 것이다.
그래야 넓은 지지를 받을 것이고, 그래야 당선이 될 테니까.
내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생각했어도, 양팔 저울이 한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진보/좌파가 속이 빈 강정처럼, 듣기 좋은 말로만 치장하고, 정작 이루어 내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보수/우파는 정의와 평등과 도덕과 양심 이런 가치를 아얘 포기해버린 듯이 행동하지 않는가?
눈앞의 이익과 실적만을 중시하여 장기적인 안목과 영구한 가치를 내버린 것 또한 비난 받아 마땅하지 않을 것인가.
능력이 부족해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성실하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는 학생과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1등(합격)하겠습니다 하는 무서운 학생 중에 과연 어떤 학생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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