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이런 글을 쓴다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겪었던 일들과의 유사한 면이 있어서 끄적여 본다.
재즈 음악이 묘한 마력과 같은 면이 있지만, 결코 쉽지 않고(듣고 즐기고 감상하기에도 그렇다는 뜻), 썩 편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한번씩 생각나고, 젖어들고 싶기도 하곤 한다.
순전히 외부인으로써 재즈 뮤지션들을 보면, 타 쟝르에 비해 범접하기 어려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물씬 물씬 받곤 한다.
재즈야말로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연주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여러 쟝르를 섭렵하고 끝내 안착하게 되는 궁극의 쟝르라는...식의
그런데도 세상의 음악 중에 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의 영역과 일반 대중의 영역을 나눈다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딘지 자기만의 깊은 심연에 빠져 있는 듯이 보인달까?
꽤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왔는데, 이 직종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OS(운영체제)에서 kernel(커널)이라는 핵심부, 통신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에서는 프로토콜(통신규약)과 관련된 부분 등이 그러하다.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며, 어렵고, 전문적이다.
실제로 그런 부분의 인력은 구하기도 힘들고, 페이도 높은 편이다.(단, 실력이 따라야만 한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보면 전체 개발 인력 가운데, 이런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혹은 그 미만에 그친다.
다수의 인력이 달려들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해봐야 그 성과가 높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혼란이 심해서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사실은, 똘똘한 소수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그나마도 이런 것을 담당하는 업체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의 마이크로 커널, 리눅스의 커널, 퀄컴의 CDMA/LTE 프로토콜 따위를 누가 개발하겠는가? 저 대기업내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관여한다.
삼성이나 샤오미에서 안드로이드의 LTE 프로토콜을 직접 건드릴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이런 직무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매우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매우 위태로운 직무분야이기도 하다.
1%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들어둔 보험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1%의 위험은 곧잘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SCV와 같은 일꾼 소리를 듣는 직무 분야도 있다.
UI(User Interface)/UX(User Experience)/HCI(Human Computing Interface) 분야다.
스맛폰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화면은 누군가 구상하고 직접 그려넣은 것이다.
작동 시나리오를 짜고, 조건을 검사해서 어떤 그림을 보여줄 지, 어떤 소리를 내 줄지 따위를 만드는 작업이다.
전체적인 시나리오, 타 직무와의 소통과 연계, 아웃소싱, 상품의 기획 등등과 연관된 복잡한 업무도 있지만, 일단 이런것들을 제외하고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기에 평범한 능력을 가진 다수의 엔지니어를 투입해야 하는 직무다.
개개인이 자신의 빛을 발휘하거나 독보적 역량을 뽑낼 기회는 적지만, 언제나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며, 해야 할 일도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직에서의 노가다라 불리는 그런...
하지만, 매우 천대받는 이런 직무 분야는 반대로 안정적이다.
이들은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며, 많은 사람이 투입될수록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크기때문에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로 상반되는 빛과 어둠을 가진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물론 이 와중에 최악은 존재한다.
실력은 없지만 핵심 분야만을 고집하는 엔지니어.
주어진 일도 다 못하면서 자꾸 다른 분야만 넘보는 노가다 엔지니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