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오해 - 잘못된 생각의 틀

아주 오래전 부터 가지고 있는, 아주 대략적이지만 큰 생각의 틀이 있는데...
그게 꽤 잘못된 틀이었다는 깨달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아주 큰 생각의 틀이라서, 틀이 잘못됨으로써 내 지식이나 경험들이 거기에 맞춰 왜곡되었을지 모르니 아주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정작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거의 없으니 현실적으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1. 과거는 위대하고 찬란하지만, 현재는 볼품없고 하찮다는 오해

이런 생각의 틀이 만들어진 이유는,
예수님이나 부처님, 공자, 소크라테스와 같이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모두가 아주 오래 전의 인물들인데, 그 이후에는 거기에 버금가는 인물들이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어쩐지 인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퇴화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비슷한 예로, 고대의 마야 문명, 잉카 문명, 이집트 문명의 유적들은 종종 몇대 불가사의라 불려질 정도로 거대하고, 위대하며, 심지어 오늘날에도 재현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식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그 문명의 발원지에 사는 그 후예들은 너무나 초라하고 심지어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과연 이들이 그 위대한 문명을 만든 이들의 후예가 맞단 말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이제 우리의 역사로 돌아와보면, 장수왕 광개토대왕의 국가 영토는 얼마나 광대했던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얼마나 위대했던가, 하지만 그런 위인들 이후에 한국사에는 그만큼 빛날 인물이 나왔던가?

위의 몇가지 예시들만으로도 인류는 퇴화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확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고민해본 결과 위의 예들에 대한 반론은 가능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런 것에 반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면서, 위대한 과거 위대한 선조 위대한 전설 vs. 초라한 현실 미개한 현세대 보잘것 없는 우리들...이런 생각의 틀로 인해 생긴 부작용들이다.

어쩌면 요즘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매우 자조적인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이런 생각들의 단적인 부작용 사례가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자신감의 결여, 위대한 과거에 비해 내가 하는 것들이 아주 초라해 보이는 왜곡된 대비, 그래서 어지간한 결과들은 모두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더 나아가서는 뭘 해도 별것 아닌데 왜 하느냐는 허무주의 팽배....

지배계급은 인간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위해서 허튼 말을 퍼트리고 작은 일을 부풀렸지만, 결국에 피지배층은 열렬한 복종보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것이 아닌지...
정치 지도자와 민족주의자들은 우리의 조상과 민족의 위대함을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라며 조상들의 업적을 과대포장했지만 그로인해 그 후손들을 오히려 더 초라하고 작게 만들어버린 건 아닌지...


2. 인간성, 예의, 상식이 당연하다는 오해

아직도 사람 사이의 폭력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막말이나 갑질을 했다는 뉴스에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나 유기 동물도 늘어나고 있으며, 따돌림과 집단 폭력 학대도 있다.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정상인(?)들은 이를 매우 개탄해마지 않고 하루 빨리 모든 사람들이 정상인(?)의 규범에 맞추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상인들은, 적절한 예의범절을 갖추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하지 말아야 할 말 혹은 행동에 대한 상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예의, 규범과 상식이 인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단지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적정한 수준의 행동양식을 정해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예의범절이나 행동규범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그러지 못하다는 반증일 뿐, 누구나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간혹,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서로에게 인사치레를 하고 칭찬을 늘어놓는 것이 위선적으로 보이거나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차피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그 자리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궂이 상대방에게 팩트 폭력을 가해서는 누구에게도 득될 것도 없는 것이다.
호호호, 너무 잘 하시네요, 와우 대단하시네요, 어머머 너무 잘 생겼다 세상에 너무 부럽네요.... 입에 발린 말들이 무성해서 그게 위선적이라고 구역질이 난다고 할 지언정, 서로 비난하고 쌍욕하고 얼굴 붉히면서 주먹다짐 하는 것보다는 훨씬 훨씬 아름답고 즐거운 상황 아니겠는가.

선천적으로 아부 못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하면 입에 가시가 돋을 거 같다면 그냥 침묵하고 미소지으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인(?)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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