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5일 월요일

뉴로맨서

사이버스페이스 카우보이인 주인공 케이스는 배후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계획에 따라 모(謀) A.I.를 해킹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해킹에 필요한 호소카 시스템과 덱이 있으며, 과거에 자신의 스승이자 사이버스페이스 카우보이로 날렸던 딕시의 전자화된 두뇌 구조물이 있다.
전자침투방지(ICE, Intrusion Countermeasures Electronics)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해 새로 입수된 <쾅 급 마크11>을 두고 케이스가 딕시와 나누는 대화,

"어쨌든 편리한 중국제 아이스브레이커를 손에 넣었어요. 일회용 카세트예요. 프랑크푸르트의 어떤 사람들에 의하면 이걸로 AI를 뚫을 수 있대요." 
"물론 가능한 얘기야, 군용이라면" 
"맞는 것 같아요, 딕시. 제 얘기를 들어 보시고 당신 빽으로 좀 도와주세요. 아미티지는 테시어 애시풀이 소유한 AI를 건드리려는 것 같아요. 본체는 베른에 있지만 리오에 있는 또 하나의 AI에 연결된 것 같아요. 리오에 있는 AI가 바로 맨 처음 당신을 죽게 만든 녀석이에요. 이것들은 콜로니 끝에 있는 테시어 애시풀의 본거지, 그러니까 스트레이라이트를 경유해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중국제 아이스브레이커를 이용해서 침투하는 거죠. 따라서 이 모든 쇼를 주관하는게 윈터뮤트라면 우리를 시켜서 그걸 뚫고 들어가려는 거예요. 그 녀석은 자기 자신을 습격하려는 거라구요. 그리고 스스로 윈터뮤트라고 자칭하는 무언가가 나와 손을 잡고 아미티지를 속이려고 하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기, 진짜 동기가 문제야. 인간이 아니라 AI의 동기 말이야." 구조물이 말했다. 
"음, 맞아요. 그거야 확실하죠" 
"틀려, 요점은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자네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날 봐. 나도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처럼 반응하쟎나.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 
"잠깐만요, 혹시 의식이라는 거 있으세요?" 케이스가 말했다. 
"글쎄 있는 것 같긴 해. 하지만 난 그저 롬 덩어리에 불과해. 이런 건 그 뭐냐, 철학적인 질문일 거야. 내 생각엔...." 
끔찍한 웃음의 감각이 케이스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시를 써 줄 수는 없어. 이해하겠어? 하지만 그 AI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절대 인간은 아니지." 
"그럼 우리로서는 그 녀석의 동기를 알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 녀석은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나?" 
"스위스 국민으로 되어 있지만 기본 프로그램과 본체는 테시어 애시풀 소유예요." 
"멋지군 그래. 이를테면 자네의 두뇌와 지식은 내 소유지만 자네의 생각은 스위스 국민이라는 건가. 좋아, AI에게 행운을." 구조물이 말했다. 
"결국 자기 자신을 습격할 준비 중이라는 거죠?" 
초조해진 케이스가 덱을 아무렇게나 두들기자 매트릭스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케이스는 시킴 철강 연합체의 분홍색 구체들을 보고 있었다. 
"자율성이라는 허깨비, 그게 문제의 핵심이야. 이 AI의 관심은 거기에 있는 거지. 케이스, 내 생각이지만 자네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 친구가 더 영리해지지 못하게 하는 물리적 족쇄를 끊게 될거야. 그렇게 된다면 모 기업의 행동과 AI의 행동을 어떻게 구분할 텐가? 아마 거기서 부터 혼란이 시작되겠지." 
그리고 다시 웃음 아닌 웃음. 
"자, 생각해 봐. AI란 녀석이 열심히 일하고 시간이 남아서 요리책을 쓴다든가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잠깐 동안이라도, 그러니까 1억분의 일초라도 더 영리해질 방법을 생각하는 순간, 튜링에서 녀석을 날려 버릴 거야. AI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AI는 이마에 연결한 산탄총을 내장하고 있지."

.....

케이스가 원터뮤트와 대면한 상황,
사이버스페이스에서 AI 윈터뮤트는 상대방이 알고 있는 인물의 형태로 나타나서 대화한다.
이번에는 장물아비인 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한 테시어 애시풀 가문에서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음성합성 기능을 가진 흉상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군도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일족은 오래된 축에 속합니다. 저택의 나선형은 그 연령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그 기호성은 안으로 침잠한다는 것, 즉 외벽 너머의 화려한 공간을 부정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테시어 애시풀 가문은 중력 우물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들이 우주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자유계를 건설해 새로운 섬들의 부를 빨아들여, 부유해진 동시에 편협해졌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이라이트 안에 육체의 연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자본의 뒤에 숨어서 스스로를 봉인하고 내부를 향해 성장하여 단절없는 자아의 우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스트레이라이트 저택에는 영상이든 아니든, 하늘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저택의 실리콘 중심부에는 작은 방이 있습니다. 전체 복합 구조 중 유일하게 직선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이곳에는 사치스러운 흉상이 평범한 유리 받침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백금으로 칠보 세공을 하고 천금석과 진주를 박은 물건입니다. 눈에 박힌 반짝이는 구슬은 합성 루비로 만든 배의 창에서 잘라낸 것입니다. 이 배는 테시어 가문의 첫 번째 인물을 중력 우물 밖으로 끌어올린 다음 애시풀의 첫 번째를 데리러......" 
흉상의 얘기가 멈췄다. 
"그 다음은?"
기다리다 못한 케이스가 물었다. 흉상이 대답해 줄 것 같아서였다. 
"그게 전부야. 저기까지만 쓴 거야. 그땐 어렸거든. 저 물건은 기념비적인 터미널 같은 거야. 몰리가 시간에 맞춰 이리로 와서 어떤 단어를 말 해 줘야 해. 그게 중요하지. 여기에 대고 마법의 단어를 말 해 주지 않는다면 자네와 일직선이 그 중국제 바이러스를 타고 아무리 깊이 들어간다 해도 아무 소용없어." 핀이 말했다. 
"그 단어란 게 뭐지?"
"몰라. 나라는 존재는 근본적으로 '모른다'는 사실에 의해 정의되는 건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알 수 있는 능력이 없거든. 그 단어를 모르는 존재, 그게 나야. 만약에 네가 그걸 알아내서 나에게 말해 준다 해도 나는 알 수 없어. 그건 어떤 물리적인 실체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단어를 알아낸 다음 여기로 와야 해. 너와 일직선이 아이스를 뚫고 중심부를 혼란에 빠뜨리는 그 순간에 맞춰서."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그때부터 나는 존재하지 않아. 소멸하는 거야." 
"나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군." 케이스가 말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너도 조심해야 해, 케이스. 나의, 음......또 다른 쪽 두뇌가 우리를 알아챈 것 같아. 불타는 가시덤불은 다 똑같아 보인다고. 게다가 아미티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무슨 뜻이지?" 
판자로 이루어진 방이 열 몇 개의 불가사의한 각도로 접힌 다음, 종이 학처럼 공중제비를 돌며 사이버스페이스 속으로 사라졌다.

......
윈터뮤트의 또 다른 한쪽인 뉴로맨서와의 대면

"네가 누군지 알아." 케이스가 말했다. 
린다가 그의 옆에 섰다. 소년은 음정이 높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넌 몰라." 
"네가 그 나머지 AI야. 리오 쪽. 네가 윈터뮤트를 막으려고 했던 거야. 이름이 뭐지? 네 튜링 코드. 뭐지?" 
소년이 물속에서 물구나무를 선 다음 소리내어 웃었다. 그가 손으로 걸어서 물 밖으로 나갔다. 그의 눈은 리비에라와 같았지만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악마를 소환하려면 이름을 알아야 해. 옛날엔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의미로 그래야 해. 넌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케이스. 네가 하는 일은 프로그램의 이름을 알아내는 거지. 기다란 공식 명칭, 소유주가 숨기려고 애쓰는 이름. 진짜 이름을......" 
"튜링 코드는 네 이름이 아니로군." 
소년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뉴로맨서(Neuromancer). 사자(死者)의 땅으로 가는 좁은 통로. 너희들이 지금 있는 곳 말이야, 친구. 내 여주인 마리 프랑스가 이 길을 준비했지만, 그녀의 주인이 목을 졸라 죽이는 바람에 나는 그녀가 세워 놓은 예정을 읽지 못했어. 뉴로(Neuro)는 신경, 은빛 길을 뜻 해. 로맨서(Romancer)는 마술사(Necromancer). 나는 죽은 자들을 불러내지.하지만 아니야, 친구." 
소년이 춤추듯 움직이자 갈색 발이 모래 위에 자국을 남겼다. 
"내가 바로 사자이자 그들의 땅이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