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과 같은 맥락으로, 아버지와의 거리감을 만든 원인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짐작되는 사건이 불현듯 기억났습니다.
때는 앞서에 비해서 상당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겠습니다.
아마도 12세 ~ 16세 즈음의 일들로 기억이 됩니다.
당시의 또래들에 비해 신체적인 발달이 조금 이르게 찾아온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변성기가 찾아온 것도, 음모가 나기 시작한 시기도 조금 일렀고 국민학교 6학년 즈음에 갑자기 키가 크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형제라고는 없이 누이들 뿐이었던 저는 이런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눌 상대가 없었기에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지 않았나 싶고, 어쩐 일인지 아버지와 이런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눈 기억도 없었습니다.
한참 자리기 시작하는 제 키는 누구나 알아 볼 변화가 되었고 이후에 한동안은 친척들이나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아버지는 제 키를 화제로 삼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곤 흔히들 하는 대로 누군가와 키를 재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모님을 비롯해서 우리 가족은 키가 큰 사람이 없었고, 제 키도 1~2년 정도 부쩍 자라는가 싶더니 이내 자라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또래들은 제가 클 때는 제자리 걸음을 하더니 저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 즈음부터 부쩍들 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랄 때에는 또래들 사이에 키가 크는 것이 별 화제가 되지 않았고, 저의 성장이 주춤해 질 때에는 오히려 키가 크는 것에 대한 관심들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던 것입니다.
억울하게도 전 그 화제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엇나간 타이밍은 아버지의 <키재기> 습관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뜩이나 일찍 멈춰버린 성장에 우울한 제 마음은 아랑곳 없이, 아버지는 이후에도 한동안을 <키재기> 시키곤 실망스러워 하곤 하셨습니다.
그 때에도 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길 꺼려했고, 참석해도 <키재기>의 불안에 떨었고, 그것이 현실로 다가올 때는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아버지는 예년에 그랬던 것을 잊으신 것처럼 새해에도 <키재기>를 반복했으며 그걸 제게 권할 때에는 예외없이 미소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이걸 쓰자니 참 많이 아픕니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기억을 한동안 되살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기억을 되살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아버지와의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이 그렇게 싫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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