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도박?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친구들과 간만에 모임을 가졌다.

얘기가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주식의 파생상품, 선물과 옵션에 대한 얘기로까지 이어졌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나름대로 공부도 해 봤고 경험도 있어 썰을 풀어 놓았는데,
그 도중에 친구 하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
"그거 도박이냐?"
?
?

당시엔 위험하지만 도박은 아니라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당시에도 이후에도 좀 혼란스러웠다.
과연 도박이란 뭘까?
도박의 정의는 뭘까?


잠깐 도박에 대한 국어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니,

도박(賭博)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한 일이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댐. (=노름)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賭는 내기 도, 조개 패 변에 사람 자, 재물과 사람, 혹은 사람이 가진 재물에 대한 무엇.
博은 넓을 박, 넓다 깊다 크다 많다 등의 의미.


따지고 들자면 모호하기 짝이 없기는 하다.
불가능이나 위험하다는 기준이 모호하니까.
옵션, 선물, 주식, 외환, 상품, 부동산 등등 모든 것이 거래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위험 정도는 비교가 가능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과연 어느 정도가 위험한 것일까?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처럼 과연 주식은 위험할까?
물론 너무도 다양한 조합으로 투자할 수 있으니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인식에 부합하도록 이렇게 생각해 보자.
A라는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파는 일이 위험할까, A라는 회사와 거의 비슷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위험할까?

애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규모도 다르겠지만, 이미 상장된 회사는 불안한 요소들을 모두 이겨냈고 어려움을 극복해낸, 그래서 꽤 안정권에 들어선 기업체이다.
만약 이 기업체와 같은 초기 자본금이 있다 하더라도 사업체를 신규로 설립해서 안정된 기업으로 가꿔나가기란 매우 위험한 일이며 확률도 희박하다.


따지고 보면 인생도 또한 도박이라고 할 만큼 위험하지 않을까?
어린 아이가 공부를 잘 할지 예체능에 재능이 있을지를 발굴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육성하는 것도 자칫 위험한 일이다.
그게 과연 재능에 부합하는지, 재능은 있어도 꾸준히 이끌어 나갈 정도로 좋아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직업의 선택은 또 어떠하며,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은 또 어떠한가.
살 집을 어디에 마련할지 자식을 얼마나 낳을지 다시 그 자식들을 어떻게 기를지...


곰곰이 생객해 봐도, 이런 인생의 곳곳에 드리워진 불확실성과 위험의 정도가 주식이나 파생상품의 위험성보다 월등히 적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도박의 정의, 위험한 정도의 판단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도박은 단지 "단어"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무언가를 도박이라고 혹은 도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인 것이다.
그걸 도박이라도 혹은 도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정의한 후에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애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자신이 목표하는 바 혹은 바라는 바를 명확히 하고, 이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리라.
그러면 그것이 자신의 기준에서는 도박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일들은 복잡해지고 말들이 무성하다보니,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말"로만 모든 것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복잡한 세상의 일들을 조금은 단순화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본질을 더 흐려버리곤 해서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많아졌다.

세상을 사는 일은 단지 입을 놀려 말을 하는 것도, 손가락을 놀려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말할 필요도 없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