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선 별걸 다 볼 수 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전세계적으로 실시간 방송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NASA에서방송을 하는 것인데, 우주선에서 혹은 우주 정거장에서, 도킹 과정, 분리 과정 등을 방송하곤 한다.
대부분은 암흑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아닌, 지구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그걸 잠시 보고 있노라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관점을 열어준다는 말.
내가 살고 있던 지구, 내가 살고 있던 나라, 내가 살고 있던 도시, 내가 살고 있던 마을, 내가 살고 있던 집, 내 방,
마치 나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면서 내가 속한 곳들을, 나로부터 떨어진 거리의 비교로 인식하던 방법.
하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내가 살던 곳을 줌인 하듯 찾아가는 과정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의 세계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엔 나 자신에 대한 인식마저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마주" 보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통해서 나 자신을 찍는 것도 나와 "마주" 보는 방법이다.
이제 카메라를 내 등 뒤에 고정시키고 나를 촬영하면서 그 영상을 컴퓨터나 TV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한다면...
드론을 공중으로 날려서 드론의 카메라로 나 자신을 촬영하면서 보게 된다면...
인공 위성의 카메라를 통해 지구상에 나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면...
그게 나처럼 보일까?
그건 거울을 보는 것과 비슷할까?
그게 정말 나인지 증명할 수 있을까?
추가 :
간혹 운동 경기 중에 관중석에 응원하는 사람들을 클로즈업해서 촬영하고 그걸 경기장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보여 주는 경우들이 있다.
그 찍힌 사람들이 처음으로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2018년 6월 10일 일요일
2018년 6월 2일 토요일
뜻하지 않은 노숙의 경험 (2)
초여름이라 아침은 비교적 일찍 밝았다.
한 두시간 정도를 누워있었더니 다리의 피로가 조금은 나아진듯도 하고 간간이 지나는 행인의 발소리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곧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그들의 눈치를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해야할 것이다.
내게는 다행히도 지갑에 여유가 있으니 PC방에 가서 눈치 받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금전적인 곤란까지 겪고 있었다면 사람들의 눈치를 무시하는 것쯤은 용기 내어 볼만한 덕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 개개인이 겪는 작은 짜증보다는 내가 겪는 피곤함과 불편이 훨씬 크다는 자기 합리화를 펴면서...
PC방에서 몇가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감사하면서 스마트폰을 충전했다.(이곳은 자리에서는 충전이 되지 않아 카운터에 스마트폰을 맡겨야 했다.)
이젠 날이 완전히 밝았고 사람들의 출근 전쟁이 시작될 즈음에 PC방을 나왔다.
어제는 어두워서 소홀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시 한번 어제의 동선을 되짚으며 탐색을 했다.
역시 실패.
머리를 깎은 곳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업소 근처의 벤치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 쉼 없이 지나가는 승용차들과 버스를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우월감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패배감도 들었다. (사실 패배감은 아니었다. 이런 출근길의 스트레스가 어떠했는지 나는 아직도 생생이 기억하고 있으며, 직장에서의 생활이 결코 금전적인 것 외에는 어떤 이점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금전이 아쉬운 것이지 직장이 아쉽지는 않다. 그래서 저렇게 부산을 떠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모두가 한참 바쁜 출근 시간에 빈둥거리며 벤치에 앉아 있는 내가 좀 별나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고 있었으며, 다리가 아파서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이며, 머리 깎는 업소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길거리가 조금 한산해졌을 때,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인 것인지 노파 한분이 내 옆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다. 한편으론 자신의 신세 한탄이고, 자식 자랑이며, 과거의 전적(?)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젊은이(나)가 일없이 앉아 있는 게 불쌍해 보여서 한마디 해 주려고 했다는 식의 뜻을 전하셨다.
한시간여 가르침(?)을 듣고 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자리를 일어 났다.
이미 업소의 문은 열린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업소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역시나 열쇠 따위는 본 적이 없으시단다.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내 기억에도 이 머리 깍는 곳에서 열쇠를 꺼낸 기억도 없었으며, 그랬을만한 일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명확하게 좀 더 비극적이었다.
이젠 열쇠 전문가를 찾아가 문을 열어 주길 바래야 했다.
그리고 자동차의 키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했다.
아마도 금전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일들 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난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여러번 갈등하며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제 검색해 두었던 열쇠 가게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선뜻 쉽게 얘기를 하셨다.
- 가서 확인 해 봐야 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쉽게 열 수 있으면 2만원, 조금 까다로우면 3만원, 최악의 경우에는 보조키를 제거해 버리고 문을 개방하는 데에만 5만원 전후에 새로운 보조키를 장착하는 것은 별도
- 자동차 키도 복사가 가능한데, 원본이 있으면 5천원에 가능. 원본이 없으면 5만원정도. (자동차 키는 완전히 구형의 일반적인 금속 열쇠였을 때 이러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아파트의 보조키를 본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건 쉽거나 까다로운 게 아니라, 보조키를 강제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아마도 비용은 10여만원이 소요될 듯.
어려웠다.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긴 했다. 복도에 나 있는 유리창을 제거하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견적은 받아보지 못한지라 전문가에게 설명을 하고 나중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출장 비용으로 1만원을 지급하고 나중에 혹시라도 일을 맡기면 차감받기로 했다.)
이제 아파트의 창문 개방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기로 하고 대략적인 창문의 크기와 형태를 파악한 후에 유리 가게에 갈 생각이었다.
살펴보니 복도의 창문은 의외로 허술해서 적절한 도구와 힘만 있으면 개방이 가능할 듯도 보였다. 아파트 관리실에 부탁해서 지렛대를 얻어와 강제로 유리창 샷시째 떼어내 보려했지만 실패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 하나는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을 억지로 확보했고, 여기에 손을 넣고 한참을 이러 저리 움직이는 도중에 갑자기 유리창 샷시가 분리가 되었다.
애초의 생각대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유리창은 개방 되었고, 몰래 숨겨 두었던 여분의 열쇠로 아파트 입구도 개방할 수 있었다.
이제 열쇠를 잃어버린 것(집, 자동차,스마트키)과 유리창을 떼어낸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아졌다.
이것 저것 정리들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씼고 나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나를 괴롭혔다.
자동차 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청의 유실물 통합 포탈(https://lost112.go.kr/index.do)에서 분실한 날짜와 지역, 분실물 종류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인지, 내가 잃어버린 열쇠 꾸러미가 바로 거기에 올라와 있었다.
그곳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자 담당 형사분이 찾아 갈 장소를 안내해 주셨고, 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바로 찾아가 열쇠 꾸러미를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다.
전화로 통화했을 때, 올린지 얼마 안되었다고 말씀하셨고, 올라와 있는 내용에는 내가 전날 방문했던 파출소에서 인계 받은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습득하신 분께 고마워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해서, 형사분이 대신 전화해 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전일 습득하신 후에 금일 파출소에 신고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파출소에 찾아갔을 때에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아니면 경찰청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참 기적과 같이 잃어버린 열쇠 꾸러미를 다시 찾았으며, 이 열쇠 꾸러미를 파출소에 맡겨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열쇠가 다시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그대로 돌아왔으면서, 1박 2일동안 뜻하지 않은 경험을 했고, 뜻밖의 만남도 가졌으며, 쉽지 않은 마음 속의 요동과 갈등도 겪게 된 것이 많은 것을 주었다.
지금 내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 장딴지가 몹시 땡겨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없다면 정말 한여름밤의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길고도 짧은 모험이었다.
한 두시간 정도를 누워있었더니 다리의 피로가 조금은 나아진듯도 하고 간간이 지나는 행인의 발소리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곧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그들의 눈치를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해야할 것이다.
내게는 다행히도 지갑에 여유가 있으니 PC방에 가서 눈치 받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금전적인 곤란까지 겪고 있었다면 사람들의 눈치를 무시하는 것쯤은 용기 내어 볼만한 덕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 개개인이 겪는 작은 짜증보다는 내가 겪는 피곤함과 불편이 훨씬 크다는 자기 합리화를 펴면서...
PC방에서 몇가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감사하면서 스마트폰을 충전했다.(이곳은 자리에서는 충전이 되지 않아 카운터에 스마트폰을 맡겨야 했다.)
이젠 날이 완전히 밝았고 사람들의 출근 전쟁이 시작될 즈음에 PC방을 나왔다.
어제는 어두워서 소홀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시 한번 어제의 동선을 되짚으며 탐색을 했다.
역시 실패.
머리를 깎은 곳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업소 근처의 벤치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 쉼 없이 지나가는 승용차들과 버스를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우월감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패배감도 들었다. (사실 패배감은 아니었다. 이런 출근길의 스트레스가 어떠했는지 나는 아직도 생생이 기억하고 있으며, 직장에서의 생활이 결코 금전적인 것 외에는 어떤 이점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금전이 아쉬운 것이지 직장이 아쉽지는 않다. 그래서 저렇게 부산을 떠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모두가 한참 바쁜 출근 시간에 빈둥거리며 벤치에 앉아 있는 내가 좀 별나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고 있었으며, 다리가 아파서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이며, 머리 깎는 업소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길거리가 조금 한산해졌을 때,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인 것인지 노파 한분이 내 옆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다. 한편으론 자신의 신세 한탄이고, 자식 자랑이며, 과거의 전적(?)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젊은이(나)가 일없이 앉아 있는 게 불쌍해 보여서 한마디 해 주려고 했다는 식의 뜻을 전하셨다.
한시간여 가르침(?)을 듣고 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자리를 일어 났다.
이미 업소의 문은 열린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업소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역시나 열쇠 따위는 본 적이 없으시단다.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내 기억에도 이 머리 깍는 곳에서 열쇠를 꺼낸 기억도 없었으며, 그랬을만한 일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명확하게 좀 더 비극적이었다.
이젠 열쇠 전문가를 찾아가 문을 열어 주길 바래야 했다.
그리고 자동차의 키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했다.
아마도 금전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일들 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난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여러번 갈등하며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제 검색해 두었던 열쇠 가게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선뜻 쉽게 얘기를 하셨다.
- 가서 확인 해 봐야 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쉽게 열 수 있으면 2만원, 조금 까다로우면 3만원, 최악의 경우에는 보조키를 제거해 버리고 문을 개방하는 데에만 5만원 전후에 새로운 보조키를 장착하는 것은 별도
- 자동차 키도 복사가 가능한데, 원본이 있으면 5천원에 가능. 원본이 없으면 5만원정도. (자동차 키는 완전히 구형의 일반적인 금속 열쇠였을 때 이러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아파트의 보조키를 본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건 쉽거나 까다로운 게 아니라, 보조키를 강제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아마도 비용은 10여만원이 소요될 듯.
어려웠다.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긴 했다. 복도에 나 있는 유리창을 제거하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견적은 받아보지 못한지라 전문가에게 설명을 하고 나중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출장 비용으로 1만원을 지급하고 나중에 혹시라도 일을 맡기면 차감받기로 했다.)
이제 아파트의 창문 개방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기로 하고 대략적인 창문의 크기와 형태를 파악한 후에 유리 가게에 갈 생각이었다.
살펴보니 복도의 창문은 의외로 허술해서 적절한 도구와 힘만 있으면 개방이 가능할 듯도 보였다. 아파트 관리실에 부탁해서 지렛대를 얻어와 강제로 유리창 샷시째 떼어내 보려했지만 실패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 하나는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을 억지로 확보했고, 여기에 손을 넣고 한참을 이러 저리 움직이는 도중에 갑자기 유리창 샷시가 분리가 되었다.
애초의 생각대로는 아니었지만 결국 유리창은 개방 되었고, 몰래 숨겨 두었던 여분의 열쇠로 아파트 입구도 개방할 수 있었다.
이제 열쇠를 잃어버린 것(집, 자동차,스마트키)과 유리창을 떼어낸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아졌다.
이것 저것 정리들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씼고 나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나를 괴롭혔다.
자동차 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청의 유실물 통합 포탈(https://lost112.go.kr/index.do)에서 분실한 날짜와 지역, 분실물 종류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 보았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인지, 내가 잃어버린 열쇠 꾸러미가 바로 거기에 올라와 있었다.
그곳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자 담당 형사분이 찾아 갈 장소를 안내해 주셨고, 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바로 찾아가 열쇠 꾸러미를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다.
전화로 통화했을 때, 올린지 얼마 안되었다고 말씀하셨고, 올라와 있는 내용에는 내가 전날 방문했던 파출소에서 인계 받은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습득하신 분께 고마워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해서, 형사분이 대신 전화해 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전일 습득하신 후에 금일 파출소에 신고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파출소에 찾아갔을 때에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아니면 경찰청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참 기적과 같이 잃어버린 열쇠 꾸러미를 다시 찾았으며, 이 열쇠 꾸러미를 파출소에 맡겨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열쇠가 다시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그대로 돌아왔으면서, 1박 2일동안 뜻하지 않은 경험을 했고, 뜻밖의 만남도 가졌으며, 쉽지 않은 마음 속의 요동과 갈등도 겪게 된 것이 많은 것을 주었다.
지금 내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 장딴지가 몹시 땡겨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없다면 정말 한여름밤의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길고도 짧은 모험이었다.
뜻하지 않은 노숙의 경험 (1)
간만의 외출.
머리도 깎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돌아와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야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쇠 꾸러미를 잃어 버렸다는 걸.
아파트 보조키 열쇠, 자동차 키, 아파트 입구의 공동 현관용 스마트 키 세개가 엮여 있는 키였다.
시간은 밤 9시와 10시 중간 쯤.
일단 들고 있는 짐을 적당한 곳에 숨겨 두고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열쇠를 찾아 보았다.
사실 열쇠를 어디에서 잃어버린 건지, 열쇠를 꺼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일부러 꺼낸 적은 없었으며,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되짚어가며 길에 흘렸을 수도 있어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이미 어두워진 길에서 가로등과 지나가는 차의 전조등이 비춰주는 곳을 제외하면 무언가 식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물건을 구입했던 마트 등에도 들러서 내 동선을 기억해보고 되짚어 가며 찾았보았고, 계산원에서 혹시 열쇠를 본 적이 있는지도 물었으며, 혹시라도 찾으면 연락 바란다고 연락처도 남겼다.
그렇게 나의 자취를 모두 살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단 한군데, 머리를 깍은 곳은 문을 닸았는지라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은 후에 아파트로 돌아와서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생각에 잠겼다.
대체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만약에 못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오늘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대체 어디에서 잃어 버렸을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단, MP3 플레이어를 주머니에 넣고 빼는 과정에서 열쇠가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적이 있으니 이 과정이 제일 의심스럽다. 혹은 확인 못한 머리 깎은 곳.
만약 못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파트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가장 쉽고 저렴하고 피해가 적은 방법으로.
자동차 키는 복사를 해야 할텐데, 혹시 그 키가 유일한 키면 복사가 가능할까?
스마트키는 없이 지낼 수는 있는데, 아파트 관리실에 신고를 해야 할까?
당장 오늘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지금이라도 서울 본가에 갈까? 너무 늦은 시각이고 당장 내일 해야할 일들이 많을테니 이건 무리.
워낙에 야행성이니 내일 오전까지는 잠을 자지 않을 수 있지만, 배도 고플것이고 하루 종일 걸어서 좀 앉아서라도 쉬고 싶다. 그리고... 심심하다.
찜질방이나 PC방을 찾아보고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도 찾아보고 해야겠다.
누군가 길거리에서 열쇠꾸러미를 주웠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는 표식도 없으니 어떻게 처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그 사람의 동선에 파출소와 같은 공공 기관이 있다면 신고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아니면? 그냥 우체통에 넣었을 수도?
아, 요즘 젊은 사람이라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올려서 반은 도움을 구한다며 어떻게 처리할지 물어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 먼저 PC방에 가서 검색해 보자...(내 스맛폰은 데이터 요금제가 없어서 그냥 폭탄 요금을 써야하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밧데리가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 아까 연락처 적어준 곳에서 연락이 와도 통화중에 꺼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
어렵게, 또 먼 길을 이동해서 PC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했으나...마땅한 정보 찾기 실패.
남는 시간에 아파트 문 여는 방법 등도 검색해보니 이것도 좋은 방법은 없었다.
이제 PC방을 나와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다리가 많이 아프고 피곤하다.
많이 걸어서 무리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서 있으니 피가 다리로 몰려 있는 상황.
잠은 자지 않더라도 다리를 높게 해야 좋을 것 같다.
마침 근처는 지하철 역사와 백화점이 공존하는 곳이라, 백화점의 1층 통로는 24시간 개방되어 있었다. 이곳에 약간은 푹신한 긴 의자가 있었는데,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동서남북의 네 방향으로 지나가는 통로가 있었다. 즉, 4개의 굽은 벤치가 안쪽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는 셈.
새벽3시인 시간에 이곳에 3명의 사람이 있었다.
각각 한 코너씩 차지하고 있어 나도 남은 하나의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대각선 맞은 편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등을 보이고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다.
내 왼쪽에는 건장해 보이는 40대 전후의 남성이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비스듬이 눕듯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는 안경을 쓴 짧은 머리의 남학생이, 왼쪽의 남성처럼 앉아 있는데, 한손으로 전화기를 받쳐서 귀에 대고 있었다. 처음엔 저러고 자고 있나 싶었는데 나중엔 나즈막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을 더 그러고 있다가 가방을 챙겨서는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은 앉아 있다가, 학생이 떠난 후에 몸을 눕혔다.
얼마 후에 왼쪽에 있던 남성도 불편했는지 모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
참 피곤하다.
내일, 아니 날이 밝으면 또 어찌해야 할지, 어디서 뭘 해야할지 막막한 심정이기도 했다.
괴연 집에 들어가서 다리를 뻗고 누울 수는 있을지, 노숙하는 사람들은 참 하루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삶을 살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며칠 계속되다면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기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자연스럽게 생길거라는 생각도 든다.
떠돈다는 것, 쉴 곳이 없다는 것,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것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의 큰 차이.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쉬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며, 24시간 사방팔방이 노출된 곳에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게 되었다.
--------------------- 다음편에 계속
머리도 깎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돌아와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야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쇠 꾸러미를 잃어 버렸다는 걸.
아파트 보조키 열쇠, 자동차 키, 아파트 입구의 공동 현관용 스마트 키 세개가 엮여 있는 키였다.
시간은 밤 9시와 10시 중간 쯤.
일단 들고 있는 짐을 적당한 곳에 숨겨 두고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열쇠를 찾아 보았다.
사실 열쇠를 어디에서 잃어버린 건지, 열쇠를 꺼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일부러 꺼낸 적은 없었으며,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되짚어가며 길에 흘렸을 수도 있어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이미 어두워진 길에서 가로등과 지나가는 차의 전조등이 비춰주는 곳을 제외하면 무언가 식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물건을 구입했던 마트 등에도 들러서 내 동선을 기억해보고 되짚어 가며 찾았보았고, 계산원에서 혹시 열쇠를 본 적이 있는지도 물었으며, 혹시라도 찾으면 연락 바란다고 연락처도 남겼다.
그렇게 나의 자취를 모두 살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단 한군데, 머리를 깍은 곳은 문을 닸았는지라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은 후에 아파트로 돌아와서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생각에 잠겼다.
대체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만약에 못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오늘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대체 어디에서 잃어 버렸을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단, MP3 플레이어를 주머니에 넣고 빼는 과정에서 열쇠가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적이 있으니 이 과정이 제일 의심스럽다. 혹은 확인 못한 머리 깎은 곳.
만약 못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파트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가장 쉽고 저렴하고 피해가 적은 방법으로.
자동차 키는 복사를 해야 할텐데, 혹시 그 키가 유일한 키면 복사가 가능할까?
스마트키는 없이 지낼 수는 있는데, 아파트 관리실에 신고를 해야 할까?
당장 오늘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지금이라도 서울 본가에 갈까? 너무 늦은 시각이고 당장 내일 해야할 일들이 많을테니 이건 무리.
워낙에 야행성이니 내일 오전까지는 잠을 자지 않을 수 있지만, 배도 고플것이고 하루 종일 걸어서 좀 앉아서라도 쉬고 싶다. 그리고... 심심하다.
찜질방이나 PC방을 찾아보고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도 찾아보고 해야겠다.
누군가 길거리에서 열쇠꾸러미를 주웠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는 표식도 없으니 어떻게 처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그 사람의 동선에 파출소와 같은 공공 기관이 있다면 신고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아니면? 그냥 우체통에 넣었을 수도?
아, 요즘 젊은 사람이라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올려서 반은 도움을 구한다며 어떻게 처리할지 물어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 먼저 PC방에 가서 검색해 보자...(내 스맛폰은 데이터 요금제가 없어서 그냥 폭탄 요금을 써야하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밧데리가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 아까 연락처 적어준 곳에서 연락이 와도 통화중에 꺼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
어렵게, 또 먼 길을 이동해서 PC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했으나...마땅한 정보 찾기 실패.
남는 시간에 아파트 문 여는 방법 등도 검색해보니 이것도 좋은 방법은 없었다.
이제 PC방을 나와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다리가 많이 아프고 피곤하다.
많이 걸어서 무리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서 있으니 피가 다리로 몰려 있는 상황.
잠은 자지 않더라도 다리를 높게 해야 좋을 것 같다.
마침 근처는 지하철 역사와 백화점이 공존하는 곳이라, 백화점의 1층 통로는 24시간 개방되어 있었다. 이곳에 약간은 푹신한 긴 의자가 있었는데,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동서남북의 네 방향으로 지나가는 통로가 있었다. 즉, 4개의 굽은 벤치가 안쪽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는 셈.
새벽3시인 시간에 이곳에 3명의 사람이 있었다.
각각 한 코너씩 차지하고 있어 나도 남은 하나의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대각선 맞은 편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등을 보이고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다.
내 왼쪽에는 건장해 보이는 40대 전후의 남성이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비스듬이 눕듯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는 안경을 쓴 짧은 머리의 남학생이, 왼쪽의 남성처럼 앉아 있는데, 한손으로 전화기를 받쳐서 귀에 대고 있었다. 처음엔 저러고 자고 있나 싶었는데 나중엔 나즈막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을 더 그러고 있다가 가방을 챙겨서는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은 앉아 있다가, 학생이 떠난 후에 몸을 눕혔다.
얼마 후에 왼쪽에 있던 남성도 불편했는지 모로 누워 자기 시작했다.
참 피곤하다.
내일, 아니 날이 밝으면 또 어찌해야 할지, 어디서 뭘 해야할지 막막한 심정이기도 했다.
괴연 집에 들어가서 다리를 뻗고 누울 수는 있을지, 노숙하는 사람들은 참 하루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삶을 살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며칠 계속되다면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기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자연스럽게 생길거라는 생각도 든다.
떠돈다는 것, 쉴 곳이 없다는 것,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것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의 큰 차이.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은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쉬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며, 24시간 사방팔방이 노출된 곳에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게 되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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