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의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생활 리듬은 누구로부터의 간섭도 없이 나 자신이 홀로 만들게 되었다.
밤은 활동 시간이 되고, 낮은 수면 시간이 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된다.
문득, 혼자만 깨어 있는 것 같은 깊고 깊은 밤에, 창 밖으로 보이는 어두워진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꽤 기묘한 느낌이 든다.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간.
자신의 집이라는 보호 구역이 아니라면,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빠져버린 사람들.
더우기 돌아가면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아니라 대부분이 비슷한 시간에 단체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은...
한때는 교회나 절 같은 곳에 가는 것이 매우 꺼려지곤 했는데, 당시의 느낌은 딱 짜여진 형식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단지 그들의 행위의 형식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마치 하나처럼 틀에 맞추어진 것 같고, 그들의 생각 또한 틀에 맞추어져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신론자인 내가 보기에는, 흔히 정글의 원주민들이 벌이는 알 수 없는 의식과 다를바 없는 그런 두려움이었다.
사람들이 일시에 잠이라는 지극히 고요하고 정적인 무방비 상태에 빠져 드는 건, 흡사 이런 알 수 없는 의식과도 비슷해 보여, 한편으로는 두려움 마저 느끼게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내가 좋아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루 중의 밤, 비나 눈이 오는 날, 사계절 중의 겨울이 그랬다.
어쩌면 이런 시기들의 공통점은, 다른 이들이 비교적 덜 활동적인 시기라는데 있는 것 같다.
애초에 나는 매우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었으나, 자라면서 배우기는 언제나 근면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나태와 게으름은 악(惡)이라고 까지 배웠다.
결국 나의 본성과 도덕관념은 항상 충돌했기에,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몸이 불편한 그런 상태가 계속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밤, 비나 눈이 오는 날, 겨울은 이런 갈등이 매우 누그러지는 시기이다.
비교적 관대하게 휴식이나 게으름이 허용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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