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9일 목요일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봄 꽃들이 만개하고 이제는 하나 둘씩 스러져 갈 즈음에야 바깥 산책을 나섰다.

밤 9시가 좀 안되는 시각이라 어두우니 꽃구경은 포기했다.

그래도 간간이 라일락 냄새가 진동하면, 화들짝 고개를 들고 좌우로 돌아가며 킁킁거려본다.


가로등이 비추는 곳은 꽃나무가 어슴프레 자태를 드러낸다.

간혹 달빛까지 비추는 곳에선 하얀 꽃잎들이 빛을 더하기도 한다.


문득 옛 시조 한구절이 떠 올랐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이화(梨花)에 월백(月白)이라니...문득 시인의 천재성을 이제야 알아내고 감탄했다.

그냥 범인이 썼다면 월하(月下)에 이백(梨白)이라고 썼을 것을...

배꽃이 달빛을 희게 만들었다니....

참 멋드러진 도치(倒置)가 아닌가.


습관적으로 읖조리기만 했는데, 이제야 참멋을 알아 반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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