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아주 죽은 듯이 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
아주 졸린 약 - 알러지 진정 약 -을 먹거나 고된 육체적 행위 뒤에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잠을 자고 깨어나면 참 색다른 느낌이 든다.
과연 잠들기 전의 세상이 진짜였던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잠들기 이전의 기억이 정말로 "겪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지 기억이 "주입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 말이다.
아는 사람들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서, 잠들기 이전의 기억에 대한 '공통성'을 확보하는 일상의 사람들은 이 의문이 쓸데없다고 할 지 모르지만, 단지 나 혼자만의 생활이 이어지다보면 이런 기억의 '공통성'은 확보가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이전의 기억이 정말인지, 착각인지, 또 다른 꿈이었던건지 온통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그저 재미있는 상상이겠지만,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어제의 기억이 의심스러워지고, 나의 과거가 의심스러워지고, 나라는 존재마저도 의심스러워질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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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진정 약을 2~3일에 한번씩 복용하는데, 복용한 이후의 첫 잠에는 이런 경험을 하곤 한다.
그리고 만약에 외부의 소음 등으로 잠이 방해를 받아 충분히 자지 못하게 되면, 그 날은 비몽사몽 계속 졸린 상태가 이어지고, 가끔은 심한 두통을 겪게 된다.
약 하나의 효과 - 혹은 부작용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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