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3일 일요일

선(善)과 악(惡)은 존재하는가

최근의 유럽은 시리아 난민들의 대거 유입으로 꽤 시끄러운 상황이다.

시리아 국내의 정치 불안과 새로운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는 테러집단인 IS의 활동으로 시리아 국민들이 살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유럽으로 무작정 이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난민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고 일부 유럽 국가들은 반 이슬람 정서의 팽배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배가 침몰해 난민들이 물에 빠져 죽는 상황이 발생하고, 3살짜리 쿠르디라는 아주 어린 아이의 시체가 해변에 밀려온 사진이 사람들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무조건 난민을 수용하는 것도 딱히 좋다고만 할 수도 없으며, 난민을 거부하는 국가나 국민들도 나름의 충분한 이유는 있으니 어느 한쪽을 비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난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인 IS와 시리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적절한 대응은 불가능한 것인가?
IS는 이미 여러차례 국제 테러를 자행했으니 토벌을 위한 명분에는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인 방법의 문제나 전쟁의 득실에 관한 문제들이 장벽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시리아의 내전과 정치적인 불안 등이 더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아마도 시리아의 국민들 스스로는 문제의 해결에 대한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을테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통합된 방법은 없지 않겠나 싶다.
총론에서는 찬성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다시 갈라지고 싸울 수 밖에 없는 그런...
(이건 전적으로 시리아 문외한이 상상해본 통상적인 예상일 뿐이다.)

그러니 제 3자일 수 밖에 없는 타국가에서 도움을 주려 해도,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아닐까?


이 사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힘있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군사력 자랑만 하지 말고, IS도 몰아내고, 시리아의 내전도 종식시켜 주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과연 그게 시리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결국 힘있는 강국이나 UN등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건, 선(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음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객관적으로 기준이 되는 선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그게 보편 타당한 선이 된다면, 그건 절대 선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흔히들, 각 종교의 신은 선의 상징이며 선의 화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이 된다.
그래서 그 반대편에는 악마들이 대립하여 존재하곤 한다.

자연은 신의 피조물이며, 인간도 신의 피조물이다.
그러면 자연은 선해야 하고, 인간도 선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태양과 물이 모든 생명을 길러내지만, 죽음의 사막도 만들고, 홍수로 모든 것을 쓸어가기도 한다.
태풍과 지진, 화산과 혹한은 자연의 재해다.
자연의 현상은 선과 악이 없다.
단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로운 것은 선이요, 해로운 것은 악이다.
선한 것은 신의 축복이요, 악한 것은 악마의 장난이라 구분한 것은 오직 인간의 이해에 따른 것일 뿐이다.

인간이 없으면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으며,
내가 없으면 모두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선과 악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절대선과 절대악 또한 없다.
성선설과 성악설도 없는 것이다.
선과 악으로 구분된 신과 악마도 없는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는 사회의 존립을 위해 후대에게 가르치는 필수적인 덕목이 선(善)이었지만, 원래 존재하지도 않고, 모든 사람들의 기준이 다른 선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모순 덩어리인 셈이다.

선을 행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에 대한 가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종의 준폭력 행위인 셈이다.
선을 행하는 것이 대단히 도덕적이고 양심적이고 올바른 인간이라는 생각, 덕을 쌓아 내세를 밝게 한다는 종교적인 믿음 등이 매우 잘못된 가르침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자기 모순속에서, 마치 체한 듯이 한쪽은 계속 답답한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사회의 존립을 위해 법, 도덕, 양심, 예(禮) 등을 가르치는데, 이 덕목들과 선(善)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니, 선과 관련은 있으되, 개개인의 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사람사이에 다른 기준의 선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모두가 다르다는 것,
그들이 가진 선악의 기준도 다른다는 것,
누군가 타인에게 선을 행하고 싶다면, 내 기준의 선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타인의 선의 기준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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