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이만큼 늙어 보기는 처음이지?"
흔하게들 하는 말 중에, "오늘이 남은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이다"와 비슷한 문장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기 저기 아픈 곳들이 생겨나고, 예전 같으면 가볍게 넘겼을 질병이나 가벼운 부상, 충격 따위에도 점점 민감해지는 듯 하다.
그래서 중년 즈음부터의 사람들이 건강 식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다 보니, 방송사마다 빠지지 않고 편성되는 것이 이런 건강에 대한 문의 상담 정보 등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리고 특정 질병이 가족력으로 내려오거나 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미리 미리 예방하고자 해서, xx에 좋은 음식, yy를 방지하는 음식 따위를 찾아보기도 하며,
어떤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그 질병을 이겨낸 과정 들도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좋은 방송 컨텐츠요, 누군가에게는 매출을 올릴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 선정한 몇대 수퍼푸드라느니, 오지의 무슨 부족이 먹는다는 숨겨진 특효약 따위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광고 소재가 되곤 한다.
최근에 유난히 배앓이를 했던 적이 있다.
거의 빼먹지 않고 언제 무얼 먹었는지를 기록하곤 하는데, 특별히 문제가 될 음식이 보이지도 않는데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거나 했다.
음식을 먹는 당장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어떤 경우에는 직전이 아닌 그 이전의 끼니에서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기란 참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데 그런 일이 한동안 지속이 되다보니, 먹는 것에 예민해지고, 조금만 수상쩍은 음식은 폐기해 버리기도 하였는데, 한참을 지나서 생각해 보니 고춧가루에 문제가 있었던 듯 싶었다.
고춧가루를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 보관했는데,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찬장에 있던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폐기해 버렸다.
원래 큰 유리병에 따로 보관하던 것이 있고, 당장 쓸 것을 소분해서 찬장에 넣어 두었는데 이게 곰팡이가 피었던 것.
큰 유리벼에 보관하던 고춧가루를 보니 곰팡이는 없어 보여, 이걸 그제서야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기 시작했다.
아마 그 이후로 3개월쯤 지나서 나의 배앓이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이 고춧가루도 조금씩 변질이 되고 있었고, 냉장고가 그나마 속도만 줄여주었던 것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정도가 심해진 것이고, 고춧가루 특성상 한번에 많이 사용하는 일이 드물어서 조금씩 섭취하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건강에 영향을 끼쳤고, 그래서 또한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야 고춧가루도 중기간은 냉장, 장기간은 냉동 보관이 기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병원균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적은 양이거나, 우리의 면역력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서 그럴 뿐이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외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적은 양의 식품들에 소량씩 함유된 독성분들도 건강할 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건강이 약화될 때에 비로소 드러나게 되곤 하지 않나 싶다.
간혹 무슨 투병기라거나, 아토피나 알러지 암 따위의 극복 후기를 보면,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들이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인가?
그 많은 노력들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치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지, 하나의 음식으로 병을 치료했다고 보는 것은 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다른 노력을 외면함으로써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분들의 그 많은 노력 가운데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간과하고 지나쳤던 작은 식재료의 미미한 독성들을 제거했던 것도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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