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영화 - 넷플릭스 - 유튜브

언젠가부터 영화를 덜 보게 되었다.

내 삶에서 TV를 빼 버려서 더 가속화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영화 한편을 진득하니 감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금전의 문제도 아니고, 음향 화질의 문제도 아니었다.

처음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이의 문제도 아닌 듯 하였다.

그냥... 영화 한편을 보려고 생각하면, 참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대단한 준비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참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물질적인 준비 보다는 심리적인 준비)


대체 왜 이리 된 것일까?


그러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건, 너무나 번거롭고 많은 댓가를 치뤄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영화를 본 후에 내가 얻을 것에 대해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그래서 또 다시 더 큰 실망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듯 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처음 한동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서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이나 대사들을 따라가지 못하니 자꾸 앞에 놓친 장면들이 맘에 걸려서, 뒤의 내용을 감상하지 못하나 보다.

눈이 어두워져서 시각적인 자극이 둔감해져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아주 일부일 뿐이 아니었나 싶었다.


과연 영화가 우리에게 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던 것일까?

그리고 우린 영화에서 무얼 기대했던 것일까?

정말 볼거리 즐길거리 없던 시절에 영화가 채워주었던, 사람들 마음 속의 무언가...

그걸 영화가 채워주었다 싶은데, 그 실체는 모르겠다.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과 같은 어떤 욕망이 있었고, 그게 영화로 채워졌나 보다 생각할 뿐이다.


아마도 그 욕망은, 멀리로는 연극이나 오페라로 채워졌을 지도 모르고, 더 멀리로는 책이나 이야기로 채워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아직도 연극 오페라 책 따위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위상이나 지위는 오래전과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영화는, 사람들 마음 속의 그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 왔고, 영화로 채워진 그 욕망들은, 연극 오페라 책에 대한 갈망을 그 만큼 감소시키지 않았을까?


이제 영화는 그 욕망의 해소 지위를 가정용 VOD와 유튜브에 넘겨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와 같은 컨텐츠 사업자는 영화라는 컨텐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극장을 집으로 옮겨놓는 역할을 했지만, 이건 장소만 잠시 바꿔주는 역할을 할 뿐,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고 극장과 비슷한 운명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이제 영상 컨텐츠는 장소/시간/주제의 제약이 없는 유튜브로의 전환을 맞이한 듯이 보인다.


그 욕망이라는 것이 무제한의 욕구를 가진 것은 아니라서, 일정 정도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그 이상은 시들해지는 듯 하다.

그래서 이제 유튜브로 그 욕망을 채운 이후에는, 영화에 대한 욕구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영화 보기가 점점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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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최근 영화에 대해 시들해진 나의 마음에 대한 분석의 결과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의 변화는 다른 쪽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다.

어쩌면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동향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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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에 대한 욕망의 해소를 위해 포르노 동영상이 담당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그 외의 성욕 해소를 위한 행위의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성매매, 성폭행과 같은 네거티브한 사회적 요소의 감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결혼(출산) 적령기 남녀의 연애나 결혼과 같은 포지티브한 사회적 요소 또한 감소하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까?

물론 이에 대한 대규모 통계적 조사가 존재하는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아니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도,

충분히 고려해보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적용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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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언급했지만, 영화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연극 오페라 책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튜브와 같은 짧고 간결하고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매체가 나와도 영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포르노 산업이 커진다 해도 여전히 성매매와 성폭력은 남아 있을 것이며,

결혼과 출산이라는 행위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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