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가위에 눌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 직후였는데, 잠자리가 바뀌고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라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가위 눌리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해도, 그걸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주 좋은 표현을 얻게 된 것 같다.
통상, 나의 경우, 잠을 잘 때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자곤 하는데, 가위가 눌리는 시점은 막 잠이 들려는 순간이다.
몸이 약간 붕 뜨는 느낌이 들고, 바닥에 밀착되지 않은 느낌이라 어느쪽으로 미끄러져 움직일지 몰라 불안감이 든다.
이런 느낌이 싫어서 깨어나려고 애를 쓰면 깰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이렇게 움직이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게 자신을 더 두렵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상태에서 심한 경우에는 몸이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체로 매우 빠른 속도이고, 한쪽으로만 움직인다기 보다는 방향도 급격히 바뀌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려면, 대야에 물을 받아 두고 그 위에 스티로폼, 나무, 종이 따위의 조각을 띄워 놓았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
이제 대야를 들고 왼쪽 오른쪽 혹은 앞 뒤로 기울이면, 그리고 방향을 바꿔가며 기울이면 물위 떠 있는 조각은 아무 저항도 없이 이리 저리 움직이게 될 것이다.
가위에 눌렸을 때의 느낌은, 마치 대야의 물 위에 떠 있는 조각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다.
누가 대야를 흔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물 위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게 된다. 멀미가 날 것 같은 그런 상황이다.
가위 눌림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가위에 눌렸다가 경험한 황당한 사건 몇가지를 적어 보겠다.
잠이 얼핏 들었다 생각했는데, 머리맡의 창문에서 엄청난 천둥과 번개, 폭우가 쏟아지는 징후를 느꼈다. 천둥 소리, 번개의 번쩍임, 빗소리 등등. 필시 요란한 폭우가 있구나. 다시 잠이 들었다가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눈이 떠졌고, 빗소리 기억이 나서 밖을 봤지만 밖은 아주 조용하고 맑았다. 비라고는 온 흔적도 없었다.
어느 날 가위에 눌렸는지 괴롭 던 중이었나 보다. 깨어나려 애쓰다 포기하다 보니 그냥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잠이 깬거였는지 눈이 떠지고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천장의 한 모서리에 웬 여자가 매달려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최근에 겪은 가위 눌림인데, 좀 색달랐다.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허리가 많이 아파서, 예전처럼 똑바로 누우면 오래 자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가 많았다. 옆으로 누워자면 가위에 눌리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아서 이상하다는 것인데...
왼쪽으로 누워서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잤다.
겨울이라 이불을 잔뜩 끌어 당겼기에 얼굴의 반은 이불에 덮인 상황.
잠이 들었는데, 너무도 선명하게 무언가가 내 광대뼈 부근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이어서 오른쪽 갈비뼈 부근을 무언가가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가위 눌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새로운 느낌이라 많이 황당했다.
아, 이와 비슷한 시기에 겪은 또 하나는..이 경우와 비슷한 자세로 자고 있었는데, 꽤 거슬리게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누군가 예의도 없이 새벽에 발망치질을 하나보다 했는데 기다려봐도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나서 일어나려고 웅크린 몸을 펴는 순간 쿵쿵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가만 보니 최근에 심장이 유난스럽게 두근거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잠자는 중임에도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웅크리고 있었으니 이 소리가 더 잘들려 그랬나보다 싶기는 하지만 그 때 들었던 소리는 심장소리라 하기엔 너무나 크게 들렸었는데, 이것도 가위 눌림으로 인한 환청이었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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