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7일 토요일

내부자의 증언이 어려운 이유

여전히 한참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아주 흥미로운 볼거리는 국정조사 청문회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조사(정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는 그 동안 '찌라시'라고 치부되거나, '~카더라'는 시중의 출처 없는 소문과 괴담들이 망라되어 있어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국정조사의 법률적 한계로 인해, 증인의 출석을 강제할 수 없고, 강제적인 수사의 권한이 없어서 진실을 밝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국정조사 위원들과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내부자의 양심적인 증언"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결정적인 진실의 봉인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번째,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밝히는 것은 아마도 내부자의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두번째, 김영재 성형외과의원 원장의 세월호 당일 행적 또한 내부자의 자발적 증언이 없다면 밝혀내기가 쉽지 않으리라 본다.


청와대의 경우에는 청와대 직원들, 김영재 원장의 경우엔 알리바이로 내세운 장모, 골프 상대, 병원 간호사 정도가 내부자가 될 것이다.

자, 만약에 김영재 원장의 병원 간호사가 원장의 증언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알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간호사가 알고 있는 원장의 의심스러운 언행은, 단지 원장이 밝힌 행선지이거나 원장이 병원을 비운 시간이거나 한, 극히 일부라고 말이다.
이 사실을 국정조사위원에게 폭로하거나 언론에 공대한다면?
간호사는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될 것은 명백하다. 원장으로부터 파면 당하거나, 병원이 문을 닫거나.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소한 사실로 인해서 진실이 드러날 확률이 매우 미미하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양심의 문제?
내가 아는 것보다, 아마 장모나 골프 상대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을 밝힐 더 확실한 증거이고, 양심의 가책이라면 자신보다 그 사람들이 더 커야 한다고 위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비밀을 가지고 있는 한, 원장은 자신을 해고할 수 없다는 보장까지 확보한다.

청와대의 의무실에 근무했다는 의무장교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들이 비밀을 폭로해서 얻을 수 있는 잇점은, 비밀을 유지해서 얻을 수 있는 잇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보잘 것 없다.


결국은 '좋은 경찰 나쁜 경찰'과 같은 방법만이 남는다.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을 경우에 처해질 공포를 극대화 해서 공포스럽게 만듦으로써, 비밀을 폭로했을 경우에 공포에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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