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유

온 나라가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공식적인 책임도 없는 한낱 개인에게 비밀리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수 많은 청와대의 참모진과 비서관들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그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절한 위치에 공개적으로 임명을 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그 사람이 대중에게 공개되기에는 흠결이 많았던 모양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참으로 어이없고 끔찍한 일이며, 그 동안 설마설마 했던 일들이 실제였던 것으로 드러나 만인에게 충격을 준 검은 백조와 같은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며,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특검이 도입될 예정이라 하니 참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 포스팅에서 다루려고 하는 주제는, 위의 사건을 통해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사건의 일부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한 마당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하나가 되지는 않았다.

대다수가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를 주장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고,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다른 입장들이 많을 것이나, 단순한 다음의 여론 조사 결과는 참 의아하다.

http://www.realmeter.net/2016/10/%EB%A6%AC%EC%96%BC%EB%AF%B8%ED%84%B0-10%EC%9B%94-4%EC%A3%BC%EC%B0%A8-%EC%A3%BC%EC%A4%91%EB%8F%99%ED%96%A5-%EC%B5%9C%EC%88%9C%EC%8B%A4-%EA%B5%AD%EC%A0%95%EB%86%8D%EB%8B%A8-%ED%8C%8C/
출처 : http://www.realmeter.net

그렇다.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이런 재앙, 그리고 그것이 계속되 왔으며,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모를 이 상황에서 21.2%의 국민들은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왜 대통령이 스스로 시인까지 한 마당에도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걸까?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황당한 경험이라며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는, 방송에서 최순실 사건에 대한 보도가가 나오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지겹다는 반응에 심지어는 정부가 국민들을 너무 풀어 줬다는 어이없는 말까지 이어졌다고 황당해하던...

그리고, 언제나 보수를 지지하시는 나의 부모님 생각도 들었다.
그 분들은 광우병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MBC를 보지 않으시고 KBS만을 시청하셨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을 한 후에, KBS가 정부 여당에 은근히 부정적인 보도를 내 보내자, TV조선과 채널A의 종편을 주로 보시기 시작했다.

문득,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TV조선이며 채널A 또한 거의 비슷한 입장이 되었음을 깨닫고는,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우리 부모님 이제는 어떤 채널을 보셔야 하나?'

그리고 나 또한 내 스스로의 모습을 되짚어 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우병 사태 때에 부모님과 충돌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 보수 진영 언론에서 제기한 찌질한 의혹이, 저 시위대의 피켓과 촛불은 대체 누가 사준걸까하는 것이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TV를 시청하다가, 시위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아버지 또한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일어나서 부모님께 인사도 없이 본가를 떠나서 내 집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나도, 부모님도, 그 신경질적인 누군가도, 그리고 아마도 꽤 많은 우리 나라의 국민들과, 전세계의 꽤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면이 있어 보였다.

그 공통점은 바로, 제목에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보기 싫은 것이 자꾸 눈에 보이고 듣기 싫은 소리가 자꾸 들려온다.
보기도 전에, 듣기도 전에 선택할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기에...
그리고 보기 싫은 것, 듣기 싫은 것에 대한 반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에, 진실로 드러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며, 심지어는 진실로 드러나도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핑계를 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배경에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고, 고통스럽거나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왕에 발단이 되었던 사건이 정치적인 사건이니, 정치인에 대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면 언제나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하나 선택해야만 하곤 하는데,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자신과 그 후보를 동일시하는 경향까지도 보인다.
그 후보의 장점이 드러나거나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신이 그렇게 된 듯이 의기양양하며, 반대로 후보의 단점이나 치부가 드러나면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서서 변명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축되기까지 한다.

일단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지지하던 사람은 여전히 지지하고, 반대하던 사람은 계속 불평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잘한 일에도, 못한 일에도 반응은 마찬가지다.
지지자는 잘한 일에 환호하고 못한 일에도 변명하고 스스로 위안한다.
반대자는 잘한 일에서도 결점을 찾아내려 하고, 못한 일에는 불꽃처럼 일어난다.

이 모든 행동의 배경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으며, 고통과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모든 정치적 판단과 결정, 행동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몹시도 편리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고민하고 옳고 그름, 유리와 불리를 따져보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그 결정이 또 국정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의견과 맞으면 안도하고 맞지 않으면 불평해야 한다.
너무나도 피곤하고 효과도 없는 일인 셈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믿어 버리면, 그리고 그냥 지지하고 옹호하면 만사가 편하다.

그보다는 덜 편하지만, 그냥 믿지 않는 것도 다음으로 편하다.
그냥 넌 나쁜 사람이고 네가 하는 건 다 나쁘고, 넌 언제나 나쁜편 난 좋은 편.

자신의 입장이 완전히 반대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끝까지 믿는게 제일 편하다.
그리고 그렇게 믿기 위해서,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하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 하는 것이다.


P.S.
하지만 대체 어떤 한 인간을 온전히 믿을 수 있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수십년을 함께 살았던 가족들도 믿을 수 없는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단지 TV에서 많이 봐 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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