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사랑 실연 아픔 그리고 이 감정들의 기억

많은 성인 남성들이 혼자 영화관에 가서 봤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확인된 바 없는) 영화인 <건축학개론>




영화라면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SF나 큰 화면으로 어울리는 스케일이 큰 종류를 좋아하기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 꽤 많은 입소문과 홍보로 호기심이 발동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장벽 같은게 있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명절의 연휴였을까, 그냥 주말이었을까, TV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남자가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의 분비로 많이 감성적이 된다고는 하지만, 보는 내내 왜 그리 많이 울었는지...
참 힘들게 봤다. 극장에 가서 보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싶을 만큼 쿨쩍이면서....



아마도 사회 초년생이었던 즈음이었을 것이다.

TV 드라마는 지금도 거의 안보지만, 당시에 <남자대탐험>이라는 TV 드라마가 방영되었고, 이건 참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순수한 사랑, 현실의 장벽, 다른 선택, 헤어짐, 아픔...

어찌보면 흔할게 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한 청춘물의 드라마였는데, 재미있게도 봤고, 인기도 많았던 기억이다.


어느날 오래된 차 안에서, 예전에 사 두었던 이 드라마의 OST 테잎을 발견해서 참 반가와했는데, 유튜브에도 이 음악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이 동영상에 달린 댓글 가운데, 이 드라마에 관해 요약해 놓은 것이 있었다.



참....이 댓글을 보고 있자니, 옛날 봤던 이 드라마의 줄거리들이 새록 새록 기억나고, 특히 영웅이가 여관방에서 직업 여성을 불러놓고 첫사랑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에서는....아마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감할, 정말 쓰라린 기억이 아닐까 싶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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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주저리 주저리 장황하게 넋두리를 했지만, 위의 두 작품은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볼 때, 격하게 공감이 되는 건 그 만큼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의미이고, 또한 이런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는 건 꽤 많은 수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중년을 넘기는 나이가 되고 보니, 젊은 날과 같은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도 어렵겠지만, 저 시절과 같은 두근거림이 한때의 감정일 뿐, 영원할 수 없음도 알고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나이가 되고, 저 작품들을 보면, 사랑의 감정에 대해 공감은 해도, 순간의 감정이란걸 알고 있어서인지 미소를 지으며 넘길 수 있는데....
실연의 아픔, 상실의 아픔은 왜 저 때보다 지금이 더 심한 것인지 모르겠다.

내 일이 아님에도, 그 상처와 좌절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다.
왜일까?

사랑의 기억보다 슬픔의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되고, 더 명확하게 각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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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건축학개론에 대한 글을, 비슷한 감정으로 포스팅했었다.
http://re-unify.blogspot.kr/2014/12/blog-post_29.html

2015년 11월 6일 금요일

부끄러움은 본능인가 학습인가

부끄러움 이라는 감정은 수치스러움과 수줍음으로 나뉠 수 있다고 한다.

수치스럼움과 수줍음이 같은 뿌리의 감정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얼핏 드는 생각에, 수줍음은 다분히 선천적인 개인 성향인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내가 궁금히 여기는 부분은 수줍음이 아닌 수치스러움에 대한 것이니, 질문을 다시 바꾸어 보면,

수치스러움은 본능적인가 학습된 것인가?


현재의 나를 알기 위한 과거로의 여행에서 발견하게 된 모습에서, 유년 시절 나의 수치스러움이 두드려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가운데, 가난과 부유함에서 오는 수치스러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빈부에 대한 인식이나 감정은 차분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마도 나의 가난함이 학교의 친구들에게 드러나게 되는 상황이 닥치면, 난 몹시 불안해하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어떤 날은 도시락 반찬이 부끄러워서 점심을 굶은 적도 있었으며, 집에 놀러 오려는 친구를 떼어내려고 갖은 설득을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리도 가난을 부끄럽게 여겼던 것일까?

과연 가난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가난하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감정은 대체 어떻게 갖게 된 것일까?

친구들과 비교를 하면서 무언가 다르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난이라는 것을 어찌 알게 되었는지,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