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9일 목요일

직업과 돈벌이에 대한 모순된 고정 관념

근자에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뉴스가 유난히 많았다.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인 류현진과 추신수는 지난 성적과 트레이드로, 여기에 이대호와 오승환도 가세하고,
다가온 월드컵에 대한 관심으로 축구 대표팀과 대표 선수, 감독에 대한 소식들,
또한 동계 올림픽의 유망주인 김연아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 소외 종목 선수들...

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스타들에 대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들의 사회적인 명성과 위상, 그리고 수입은 가히 어떤 부류의 직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아닐까 싶다.
공을 잘 던지고 잘 쳐내는 것이, 공을 잘 차는 것이, 얼음 위에서 빨리 달리는 것이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냐고 반문했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었다.
때문에 모두가 공부가 성공의 가장 확실한 투자였다고 생각했으며,
당시에는 정말 맞는 얘기었다.

하긴 지금도, 그들이 야구를 잘하고 축구를 잘해서 쌀을 만들지는 못하고 고기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프츠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기에, 그 많은 관중들이 투자한 금전과 시간에 비례해서, 그리고 그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례해서 보상을 받고 있을 다름이다.


지금은 그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십여년 전 부터 프로 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났다.
그 당시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보였다.
누구나 다 즐겨하는 게임을, 그걸 조금 더 잘한다고, 직업을 삼는다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관연 그게 돈벌이가 될까하는 의심도 들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순수한 놀이의 결정체인 게임을 하는데, 그게 어떻게 직업이 되겠는가?
저들이 게임하면서 즐기는데 왜 관중들이 돈을 지불하겠는가 하는 생각...

이제는 프로 게이머가 다분히 적업적인 면모도 많이 갖추고 있는 듯 하다.
꾸준한 훈련, 이기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 갖가지 전략과 기술의 습득 및 연마...

물론 이 프로게이머 또한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관중들이 투자하는 금전과 시간에 비례하여 수익이 늘어나며, 실력에 비례하여 수익이 늘어나므로, 스포츠와 전혀 다르지 않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어디 이 뿐이랴,
가수와 배우 등의 연예인들 또한 같은 속성을 지닌 직업군이지 않겠는가.


단지 아직은 프로 게이머가 사회적인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는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업군이기도 하고, 그 중심에 있는 스타들의 연령이 낮으며, 이들을 환호하는 연령층 또한 일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이상의 얘기는 누구나 다 알고 인정하는 바가 아닐까 싶고,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 부터다.

어째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처음 생겼을 때, 그걸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걸까?
어째서 아직도 프로게이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렇게 떨어지는 것일까?
어째서 김연아는 그 성적 뿐이 아니라, 인성적인 측면까지 기사로 다루면서 호들갑을 떨고 대단한 천재이고 대단히 신뢰를 받을 만한 존재로 칭송을 하는가?
반면에 임요환 같은 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껨 잘해서 돈 많이 번 사람...정도로 끝날 뿐이다.
김연아는 나중에 나이가 좀 들어서 IOC 위원이 될지도 모르겠고, 국회의원 비례대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요환은 아파트 주민대표 정도나 할 수 있을까?

스포츠도 게임도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하면 즐거운 것이고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것은 보는 것도 즐거운 것이다.
물론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든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린 아이가 축구가 좋아서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장차 국가대표를 꿈꾸고 각종 프로리그 선수가 될 것을 희망하며 반길 것이다.
어린 아이가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면 잘 해봐야 돈 좀 벌지만 대게는 게임폐인되고 집밖에는 나가지도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겠다고 걱정부터 할 것이다.

과연 스포츠와 게임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나는 그걸 즐기는 관중이 넓게 마련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아직은 좁다는 것이다.
하나는 주로 몸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머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 장 큰 차이는 그걸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는 '좋은 것' 다른 하나는 '나쁜 것'


조금만 더 의식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자.

소위 '돈벌이'로써의 직업에 대한 관념에는 <힘든 것> <괴로운 것> <하기 싫은 것>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 힘을 들이지 않고, 너무 즐거워 하면서, 아무런 강제가 없이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돈벌이가 된다면,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백이면 구십구는 허탈하고 황당하며 심지어는 화가 날 것이다.
왜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그건 자신이 '돈벌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저변의 의식(힘든 것, 괴로운 것, 하기 싫은 것)과 전혀 들어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들며, 괴로우며, 하기 싫은 것을 해야 겨우 돈벌이가 되는 자신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에, 내가 꿈꾸었던 직업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좋아하는 것도 직업이 되면 싫어질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돈벌이가 되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근본적인 생계에 직접 연관된 일은 극히 적다.(직접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지 않는 한..)
대개의 직업을 차지하는 일은 대규모 공장의 근로자나 건설 현장의 근로자, 물건을 판매하거나 사무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등의 개성이 없고 보편적으로 즐겁지 않은 일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즐거움에 종사하는 직업군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으며, 더 이상 나의 괴로움과 돈을 맞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괴롭기 때문에 돈벌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과 괴로움, 돈벌이는 이제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세상엔 즐거운 돈벌이도 있으며, 괴로운 돈벌이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단지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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