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증오와 괴로움

아파트 단지 중앙에 몇개의 상가가 있다.

썩 활발하진 않지만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왕래는 꾸준한 그런 곳 이었다.

여기에 작은 동네 슈퍼마켓이 있었고 나도 몇번 이용을 했던 터라 주인 아저씨와 안면도 있었다.

한동안 이용이 뜸했다가 한참만에 가보니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곳에 또 하나의 슈퍼마켓이 이었다.

그런데 새로 개점을 한 슈퍼에 예전의 주인 아저씨가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장사가 잘되서 슈퍼를 두 개 모두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안면이 있는 주인 아저씨를 보고 새로 개점한 슈퍼에 들어가서 몇가지 물건을 사면서,

'저 쪽에 있는 예전의 슈퍼는...' 슬쩍 물어보니,

주인 아저씨의 표정이 급속히 어두워지시며 '쳇, 나도 몰라요'라는 분노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다시 한참만에야 늦은 시각에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

슈퍼에 볼 일은 없었지만 지나치며 보니 그 주인 아저씨가 혼자서 슈퍼에 서 계신 모습이 보였다.

어두워져 인적이 뜸해진 거리,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무엇인가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처럼, 다소 경직되어 보이던 그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측은하게까지 보였다.


최근의 내 상황과 묘하게 교차되기도 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위층의 시도 때도 없는 쿵쿵거리는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깜짝 놀랄 정도의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등이 순간순간마다 증오를 불러오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소리 자체가 나의 귀를 괴롭히는 것 보다, 그로인해 생겨난 증오가 나를 더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모쪼록 그 주인 아저씨가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슈퍼에 대한 증오만 없애도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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