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진화론에 대한 지식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것과 그 밖에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배우거나 본 것이 전부였고, 찰스 다윈의 저서라는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을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아마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죽을 때 까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던 두 분의 대중 과학자는 잠시나마 진화론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 분은 리처드 도킨스 박사, 또 한 분은 최재천 교수님입니다.
두 분 모두 찰스 다윈의 열렬한 추종자 입니다.
도킨스 박사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을 통해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중요시하며 무신론자 이기에 종교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킨스 박사의 무신론이 진화론을 추종하면서 내리게 된 판단인지, 진화론과는 별개의 어떤 이유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독교 진영에서는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도킨스 박사는 이래 저래 기독교 진영과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은 최근에 EBS에서 진화론에 대한 특강을 꽤 오랫동안 하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더 오래 전에도 방송에서 곤충에 대한 강의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나 최근에나 강의를 참 재미있게 하셔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마도 이 두 분이 제게 잠시나마 진화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 주신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저의 고민은 '정말 진화론은 진리인가?' 였습니다.
기독교의 비중이 높은 서양에서는 아직도 진화론이 일반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어 본 기억이 있고, 반대론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룬 방송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이 찬성론자들의 이야기만 들어 봤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과연 진화론에 적합한 생명체인가?"
"과연 진화의 끝은 있는 것일까? 끝이 있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제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 순준의 진화론에 의하면,
현재의 인간도 진화의 한 형태이겠지요. 그리고 지금도 진화를 하고 있을 겁니다.
수 많은 인간들이 서로 다른 수 많은 변이를 겪고, 다시 이것이 세대로 유전이 되고, 자연에 의해 선택이 되거나 버려지고 하면서....
하지만 인간은 찰스 다윈이 관찰했던 작은 생물들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막강한 힘을 이용해서, 자연의 선택을 받지 않고, 자연이 인간을 선택하도록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종과의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이용해서, 다른 종들이 자연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닌 인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 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해가 되는 생물은 도태가 되어야 하고, 인간의 생존에 득이 되는 생물은 자연의 선택과 상관없이 길러지고 사육됩니다.
즉, 자연 선택설이 인간 선택설로 서서히 전이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진화의 한 모습으로 보아야 한다면,
진화의 끝이란 결국 강력한 하나의 종(種)의 나타나 다른 종(種) 위에 군림하고, 그 종(種)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겠지만, 결국은 현재의 인간들 처럼 자연이 교란상태 빠져 그 스스로도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이는 필연적인 진화의 마지막 모습일 것이며,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종(種)이 나타났을 때, 이를 제어하거나 억누를 수 있는 반대의 힘이 나타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